마지막으로 전에 프리큐어 감상글 썼던 걸 보니까 2012년 3월 26일이었으니 근 1년이다. 문제는 어제 대충 글 내용 구상하면서 생각하기로는 1년이나 전에 봤었다고는 생각도 못했다는 점. 역시 주기적인 생활을 하게 되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다.
<스마일 프리큐어!> 는 내심 약간 기대하는 작품이었다. R모 사이트에서 평이 좋기도 했고. R모 사이트를 종종 들르게 된 게 그 때쯤 부터였던 것 같다. 소위 커다란 친구들의 장난질로 화제에 오르기도 했었고. 요네무라 쇼지 씨에 대한 호평을 보기도 했었고.
그래서 다 봤는데, 굉장히 별로였다.
첫번째로 지적하고 싶은 건 작품 구성이 굉장히 작위적이다. 초반 등장에 몇 화 배분, 개인 에피소드에 몇 개 배분, 중간쯤 와서 시리어스 한번, 전체 에피소드 몇 개 넣고 다음에 또 개인 에피소드 배분, 한화씩 넣어서 간부들 정리한 다음에 최종결전. 뻔하디 뻔하잖아? 따지면 이전 작은 안그랬나 하면, 이전 작도 그랬다. 하지만 스마프리의 경우 이런 작위적인 구성에 긴장을 불어 넣을 만한 변화구가 전혀 없었다. 메인 스토리란게 없었기 때문이다. 스토리의 중심축이 캐릭터와 전혀 무관히 흘렀기 때문이다. 프리큐어가 이기든 말든 배드 에너지는 차곡차곡, 그것도 게이지까지 보여주면서 쌓인다. 캐릭터가 특정 에피에서 성장을 이뤘건 말건 다음 에피에서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옴니버스 일상 에피만 쭉 한 다음에 뜬금없이 시간 됐으니 적 등장 짠! 하는 느낌.
두번째로 캐릭터가 굉장히 평면적이다. 이건 스토리 진행이 없다는 비판과 상통한다. 변하는 게 없거나, 있어도 다음 화와 연계되지 않으니 캐릭터가 평면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미유키, 아카네, 나오, 레이카는 모두 완성된 캐릭터이다. 야요이는 성장이 있었던 캐릭터지만 그게 거의 부각되지 않는다. 적 간부도 마찬가지, 3간부에 조커가 초반부터 등장해서 끝까지 아무런 변화도 없이 가니까 뭔가 흥미가 동할 리가 있나. 3간부로 말할 것 같으면 말 그대로 아칸베 셔틀로써 의미 있는 캐릭터성이라던가 매력이 전혀 없다. 마죠리나는 장난감 셔틀을 했으니까 다른 둘보다 조금 더 쳐줄 수는 있겠다. 조커는 재미없는 캐릭터는 아닐 지언정 입체적인 캐릭터는 절대 아니고. 이렇게 평면적인 캐릭터들로 48화를 이끌어갔으니 될 리가 있나.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건 오리지널리티의 부재이다. <Yes! 프리큐어5>에서는 전대조의 컨셉, 일상 중심의 진행, 절망을 무기로 하는 악역 등을 따왔다. 특히 조커는 카와리노와 완전히 동일하고, 배드엔드 프리큐어는 예스프리의 극장판에서 등장한 컨셉과 동일하다. 필살기 사용시 2단 변신이나 최종화의 뜬금없는 거대화는 여러모로 <하트캐치 프리큐어>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방영 당시부터 지적된, 최종결전의 줄거리는 <프리큐어 올스타즈 DX3>와 완전히 동일하다. 프리큐어는 10년이나 된 시리즈이고 전통이 쌓이는건 당연하다. 전작들의 좋은 점을 따오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그걸 바탕으로 재창조해내지 못하면 자기표절에 지나지 않는다. 스마프리는 단지 인용에만 그쳤고, 따라서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완전히 잃었다.
전체적으로 비판을 가했지만 사실 에피소드 각각으로 놓고 보면 썩 나쁜건 아니다. 괜찮은 에피도 있고. 하지만 이모양 이 꼴이 난건 아무래도 총 컨트롤 타워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예를 들면 중간 시리어스에 "나눠먹으면 더 행복해"가 키워드가 되는 화가 있다. 근데 굳이 이 뜬금없는 이야기를 화 서두에 배치해야 했을까? 초입을 좀 더 길게 잡아도 되고, 혹은 전 화에 넣어도 된다. 근데 이 키워드를 굳이 서두에 끼워넣어야 할 정도로 한 화의 자기완결성에 집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인 즉슨 한 화에 자기완결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정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TV로, 그것도 1년이 되는 작품인데 총집편도 없는 만큼 보면 빼먹는 화도 있고 하니까 너무 강한 스토리성은 독이 되긴 하겠지만 이번 작은 유별났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데, 몇 몇 그럴 듯한 구슬이 있긴 했는데 꿸 중심축이 없었다. 결국 이건 시리즈 구성 및 감독의 책임으로 돌려야 할 것 같다.
여러모로 예스프리를 강하게 따온 작품인데, 예스프리에 대한 내 평은 예스프리는 좋았지만 예스프리GOGO는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왜 GOGO는 문제가 있었냐면, 적 조직은 존재감이 하나도 없고, 시럽을 매개로 한 메인 스토리 전개는 너무 불명확하고, 전작에서 이미 완성된 캐릭터들을 그대로 가져오다보니 더 이상 보여줄게 없었으며, 새로 등장한 쿠루미와 시럽만으로 이를 이끌긴 부족했다는 것. 차라리 GOGO와 예스프리가 순서가 바뀌었다면 좋은 작품이었을 것이다만.
잘 생각해 보면 이건 스마프리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스마프리의 캐릭터들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고 적 조직은 말 그대로 전대물의 전형적인 적 역할에만 충실하며 메인 스토리란건 애초에 없다. 문제는 예스프리GOGO는 뭔가 해보려다가 실패했는데 스마프리는 뭔가 해보려고도 안했다는 것이다.
예스프리부터 이번 작까지 5개작을 봤는데 단연 스마프리는 최하로 놓고 싶다. 그 전의 프리큐어들은 나름 컨셉을 잡고 전대물의 틀 속에서 변주를 가하려고 노력했다. 하트캐치나 예스프리같은 성공작은 당연하고, 프레시나 스위트같은 그저 그랬다는 작품조차 그러했는데 스마프리는 너무 성공한 작품의 동어반복에만 그쳤다.
아동용 작품에 뭘 요구하냐고 일축해 버릴 수 있지만, 프리큐어는 지금까지는 나름 '아동용'과 '작품'의 경계선을 잘 타왔기 때문에, 그 점에서 더 크게 실망하게 된 것 같다. 스위트를 재평가하게 될 줄이야...
잘 생각해보면 R모 사이트에서 나름 재밌었다는 일상 에피를 내용을 미리 봐서 김이 새서 일상 에피에도 감흥을 못 받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스포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서 그랬긴 하지만 역시 스포와 감상글은 질적으로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된다.
결국 남은건 みんな笑顔でウルトラハッピー!밖에 없었다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