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리에 시리즈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군에 있을 때 공군본부 IT정보에 올라온 로로나의 아틀리에 정보를 보고 흥미가 동했었다. 일러스트가 매우 뛰어났고, 모델링도 딱히 쳐지는 부분이 없었으니까. 그래픽만으로 관심을 갖게 한 타이틀. 거기에 나와서 보니까 평도 나쁘지 않더라. 토토리, 메루루 계속 나오는데 난 PS3가 없으니까 흥미만 있지 플레이는 안했는데, 비타 사고 게임샵에 중고가 마침 있길래 토토리만 구매. 메루루도 있었는데 취향 맞을 지가 걱정되서 안샀지만 지금은 살짝 후회중. 중고가 잘 없다더라고.
플레이 시간은 1회차는 40시간, 총합 70시간. 플래티넘 트로피. 아틀리에 시리즈는 이걸로 처음 하는 거라 초반에는 영 감이 안왔지만 배 만들때쯤 되니까 뭘 알겠더라. 그 후로는 일사천리. 용수의 잔 노가다하는데 40만콜정도 모으는데 네댓시간 더 걸린것 같음.
초반에는 일러스트도 그렇고 게임 분위기도 하늘하늘하고 나긋나긋한 그런 느낌이라서 좀 여성적이고 캐쥬얼한 게임이 아닌가 했는데 그렇지는 않다. 게임은 시스템적으로는 거의 완성된 것 같은 느낌? 연금술과 채집, 탐험, 전투의 밸런스가 좋았고 업적 시스템을 게임 내의 랭크와 직접 결부시킨 건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인터페이스면에서는 약간 부족함이 느껴졌는데, 첫째로 가방 칸 수가 쏟아지는 재료에 비해 부족하고, 둘째로 재료 특성 효과를 쉽게쉽게 확인할 수 없는 점이 불편했다. 결국 특성을 좀 외워야 했어. 그리고 비는 재료가 있으면 바로 도감의 채집지 정보를 보여줄 수 있게 한다거나, 하는 소소한 인터페이스 개선안이 바로 떠올랐는데 바로 떠올랐을 정도니까 불편했다는 이야기. 전체적으로 크으으게 불편하지는 않지만, 더 편리할 수 있다는게 눈에 보이니까 아무래도 아쉽다.
토토리도 귀엽고 해서 재미있게 플레이했지만, 아무래도 주변 캐릭터들의 인상이 조금 옅다. 예를 들자면, 배를 타고 땅끝마을에 도달해서 이벤트 씬이 나오는데 주변 캐릭터들은 대사는 커녕 존재조차 없다던가. 예전에 이 부분 영상을 한번 봤던 적이 있는데, 그 때는 토토리 혼자 돌아다니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었다. 팔콤이라면 주변 캐릭터별로 대사도 조금 바꿔가면서 이벤트를 만들었을텐데, 주변 캐릭터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만든 건 조금 안일하지 않나. 역시 개선점이 바로 떠오르게 해서 아쉽다는 이야기.
하지만 뭣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엔딩 보는데 다회차를 상정하고 있었다는 점이라고 할까.. 다회차가 아니면 엔딩을 다 보지 못하게 막아버린 정도는 아니지만 캐릭터 엔딩 정도는 한번에 싹 볼수 있게 해줘도 됐을 것 같긴 한데. 하긴 엔딩 내용들이 주르륵 나열될 수 있는 엔딩들은 아닌 것 같았다만.
캐릭터 엔딩들은 꽤 괜찮았다. 로로나도 여전히 귀엽고, 미미는 여전히 츤츤대고, 지오 엔딩에서 나온 스텔크-로로나는 보는 순간 뿜어버렸고, 로로나와 토토리 사이에 끼인 스텔크는 크... 인생의 승리자가 아닌가! 이렇게 귀여운 토토리와 로로나 사이에서 말이야. 메르비 엔딩이 좀 심심했고 마크는 그냥 캐릭터 자체가 내내 겉돌고 있어서 엔딩에서 어떻게 수습이 안된다. 그리고 트루엔딩은 정말 맘에 들었다.
게임의 난이도에 대해서는, 토토리의 듀플리케이트와 치무복사가 없었다면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었다는 생각. 하지만 듀플리케이트는 너무 사기여서, 차라리 연금 사용품들의 사용 회수를 전체적으로 늘려주고 듀플리케이트는 빼는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틀리에 시리즈는 팬층에게서는 JRPG의 미래를 제시했다고까지 추켜세워지는 작품이다. 그래픽적인 성과는 분명히 인상깊었다. 어느 정도는 키시다 메루의 미려하고도 게임화에 어울리는 일러스트에 도움을 받은 느낌이지만. 하지만 미래정도는 아니더라도, 이 작품이 완성도 있는 JRPG 프랜차이즈로 평가받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현 세대기에 와서 일본 게임계가 기나긴 방황을 하고 있는데, 이 정도 퀄리티만 뽑아줘도 여전히 일본 게임에는 가치가 있지 않은가,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JRPG좀 더 내 주라고.
이 게임은 유별나게 중고 시장에서 공략집과 같이 팔리던데, 공략집이 딱히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다. 루리웹에 정말로 좋은 공략들이 많다. 그러니까 콘솔 게임 하면 루리웹을 갑시다. 그래도 모자라면 일본쪽 위키 보면 대부분은 해결되니까.
생각해보니까 공략집이 인기가 좋은건 공략집 보다는 대사집일 것 같은데, 뭐 이 게임은 친절하게 성우가 읽어주기까지 해서 그렇게 일본어가 난이도있는건 아니다. 그래도 일본어를 아예 모르면 할 수가 없으니까. 나는 일본 게임을 영어판으로 플레이하는건 굉장히 꺼리는 편이다. 대부분의 언어가 그렇지만, 특히 일본어의 뉘앙스는 한국어로의 직역이 훨씬 잘 표현할 수 있다. 그래놓고 정작 눈에 잘 들어오는게 한자보다는 로마자라는 건 부인하기 어렵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