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전설3는 게임피아에서 부록으로 줘서 알게 된 게임이었는데 나는 그 게임 잡지를 안 샀고 초등학교 때 친구가 사서 빌려줬던 걸로 기억한다. 그 친구도 영웅전설 1, 2를 해서 막 대빵이 이렇게 다르다고 비교도 해 주고 했던 기억도 나고.. 같이 심시티 3000도 했고. 친하다고 부를 수 있는 친구였는데 왜인지 모르게 사이가 나빠져서 중학교 때 우연히 마주쳤을 때는 크게 싸웠던 것 같다. 아마도 내가 잘못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다 그렇더라고.
게임 이야기로 돌아가면, 영웅전설3는 그야말로 걸작, 명작으로 꼽을만 하다. 기실 오늘날 주장하는 영웅전설의 '전통'이란 것은 곧 가가브의 전통이고 그 시작은 바로 하얀 마녀이다. 라그픽 마을의 소년과 소녀가 세계를 돌아보는 순례 여행을 떠나 이 사람, 저 사람과 만나고 세계에 암약하는 음모를 알게 되어 결국 막아낸다는 평범한 영웅담이라고도 하겠지만, 도라퀘와 가장 다른 점을 꼽으면 역시 얘네들은 그냥 소년 소녀라는 점이라고 한다. 뭐 도라퀘를 안해서 잘은 모르겠다.
도스판은 전투 시스템이 난해하기도 하고 나름 리메이크기도 하니까 요즘은 대부분 신영웅전설3를 할 텐데 그래도 내가 기억하는 하얀 마녀는 도스판이다. 생각해보면 전형적인 게임성<스토리인 JRPG인데.. 하하. 요즘 인기있을 법한 게임은 아니지. 아무래도.
하지만 하얀 마녀가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준 것은 타이틀인 하얀 마녀 게르드라는 캐릭터 덕분. 유저들은 그녀를 동경하는 연구가를 만나고, 그녀의 행적을 좇으며, 그녀의 상냥함과 숭고함에 감동받게 된다. 끌라식이 될 만한 초시대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크리스가 매우 귀엽지 나도 좋아해.... 디네의 샤리네 밑에서 화이트스톤을 주워줬을때 좋아하는 모션이 기억이 나네.
내가 처음 한 팔콤 게임은 영웅전설 1이었지만, 팔콤에 본격적으로 코가 꿰이기 시작한 게임은 하얀 마녀라서 '가가브 원리주의자' 라고 나 혼자 부르는 사람들이 요즘 팔콤은 어쩌고 하는거 볼 때마다 속이 상하고 괜시리 가가브도 싫어지다가도 OST 꺼내 들으면 금새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나면서 역시 하얀 마녀가 최고지 같은 생각을 한다니까. 뭐, <섬의 궤적> 하다 보니까 팔콤 좀 까야 하긴 하겠더라만은.. 까도 내가 깐다는 팬의 심리가 발동하는 것 같다.
이하 음악은 영웅전설3 jdk special에 수록된 곡들로, 이 음반은 내가 음원으로 갖고 있는 팔콤 음반 중 가장 오래된 물건이기도 하다. 03년이었나, 그때는 이미 웹 서비스가 된 나우누리의 자료실을 뒤져서 파일을 받고 CD로 레코딩해서 들었었다. 오디오 CD랑 데이터 CD의 차이를 몰라서 오디오 CD로 마구 구웠던 건 유머. 요즘도 나우누리가 살아 있나 모르겠네. 97년 발매된 음반이니 신영웅전설3가 나오기 전의 일로, jdk special이니까 어레인지 버전이지만 원곡에 매우매우 가까운 어레인지라 별 차이도 없다.
1. 사랑은 반짝거림으로(愛はきらめきのなかに)
"사랑은 반짝임 속에" 정도가 맞는 번역이 아닐까 한데 왜인지 모르겠는데 저렇게 제목을 기억하고 있다. 옛날에 누가 번역을 잘못했던 걸까. 라그픽 마을의 BGM으로 쓰인 곡으로, 보컬 버전도 있는데 그쪽을 더 좋아하긴 한다. 게임 시작하면 거의 처음에 나오는 곡이고 해서 나는 영웅전설3 하면 다른 곡들보다도 이 곡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2. 기분은 캡틴 토마스
독수리발톱호란 이름은 어린 마음에 크게 기억에 남았던 이름이었다. 영웅전설3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필드가 아니었나. 이야기도 재밌었고.
3. 작은 영웅들 ~쥬리오와 크리스의 대모험
이게 신영웅전설3에서 장 전환때 나오는 곡인데 내 기억에 도스판에는 장 전환이 없었던 걸로 기억. 근데 여기는 있는 걸로 봐서는 일어판에는 있었나보다. 작은 영웅들은 이곡이 가장 기본이고 나머지는 어레인지라고 나 혼자 생각하고 있다.
4. Let's start, OK?
필드곡. 동생이란 영웅전설3 하면서 서로 제일 좋아했던 곡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만 그럴지도 모르지만.
5. GAMBLER
이 곡은 다이스 마을 BGM인데, 이곡 자체는 그저 그렇다고 생각했었는데 보컬 붙은 곡이 꽤 인상에 깊게 남았다. 근데 정작 어디에 수록되었던 건지를 까먹어서; 아마도 보컬콜렉션 쪽이었지 싶은데.
6. 신비한 이야기를
메인 메뉴 BGM인데 순번이 뒤로 밀린건 jdk 스페셜 디스크 2에 실렸기 때문. jdk special은 디스크 1과 2가 다른 음반이다. 역시 팔콤다워.
7. 올도스
올도스 마을 BGM. 좋아하는 곡이다. 들으면 알겠지만, 사랑은 반짝거림으로의 변주에 가깝다.
8. 손님을 위한 찬가
올도스의 신관 폴트가 쥬리오와 크리스를 위해 연주해 준 곡. 폴트가 특수조형을 하게 된 건 신영웅전설3의 일이지만 이 곡은 원래 영웅전설3에 쓰였던 곡이다. 영웅전설5에서 수저의 멜로디의 탄생 프레이즈로 쓰였다.
9. 루드성
영웅전설3 최악이자 아마 유일의 미로 루드성의 BGM. <이스 vs 궤적>에서 꽤 멋지게 어레인지 되서 그 쪽을 좋아한다.
10. 왕비 이자벨
보스전 테마. 웅장하거나 격렬하거나 그런 곡이 아니라 애잔한 느낌이 드는게 이자벨 전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Falcom Boss Zanmai에 어레인지한 버전이 실려있다.
11. 작은 영웅들 ~하늘을 바라보며
라우엘의 파도가 소멸한 후 푸른 하늘이 돌아오며 나오는 곡. 가장 감동적인 씬에서 나오는 곡이 아닌가.
12. 티라스일의 하얀 마녀
크레딧 맨 끝에 나오는, 영웅전설 3를 마무리하는 곡. 멜로디 자체는 극중에서 계속 쓰이지만, 작은 영웅들과 마찬가지로 이 곡도 기본은 이쪽이라고 생각.
번외: 듀르젤의 편지
엔딩에서 듀르젤이 보낸 편지 씬에 깔리는 곡. 피아노 컬렉션이었나에 실린 어레인지가 유명하다. 빠져서 따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