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블루>는 꽤 관심을 갖고 있던 물건이었다. 물론 가장 큰 장벽인 '격투 게임이다'는 게 있다. 나는 격투 게임은 도무지 소질이 없는데 그 중에서도 어렵기로 소문난 게임이라니 이건 뭐. 하지만 그럼에도 캐릭터 디자인에 꽤 흥미가 생겨서 엔하위키의 관련 문서를 훑어 봤지만 당최 뭔 소리인지 잘 모르겠어. 그래서 블레이블루로 아니메를 만든다고 해서 꽤 관심있는 수준에는 놓아 뒀었는데 우선순위에서는 뒤쪽에 빼 뒀었지만, 얼마 전 Condemnation Wings를 들었는데 이게 꽤 괜찮더라고.
길티기어와 블레이블루의 ost가 꽤 괜찮다는 거야 들었었지만 게임 음악에 대한 내 지론은 모름지기 "게임음악은 게임을 해 봐야 즐길 수 있다"는 것이고 격투게임인 길티기어와 블레이블루를 내 돈 주고 살 가능성은 바닥에 가까울 뿐더러 플레이를 하는 것도 미묘미묘. 콤보를 넣을 줄 알아야 재밌을 텐데 기술 하나 쓰기도 벅차니. 음악으로 유명한 게임답게 음반도 많아서 그걸 쫓아다니면서 좋은 곡 골라낼 노력을 들일 이유를 못 느끼기도 했고, 해서 굳이 쫓아다니질 않았었다. Condemnation Wings도 사실 몇 번 유튜브에서 돌려봤지만 딱히 인상을 받지 않았었고. 그러다가 어느 날 틀었는데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좀 찾아봤더니 라이브 앨범이 있길래 "라이브에 연주할 정도면 나름 인기곡을 뽑았겠지!" 하는 생각에 찾아 볼 의욕이 생겼고 어쩌다저쩌다 보니 순식간에 라이브러리가.. 여담이지만 팔콤의 jdk live는 예전은 몰라도 요즘은 셋리스트로 곡을 뽑는 건 썩 좋은 선택이 아니다. 아무래도 코테라씨 분량도 있고 하니 보컬 곡 중심으로 선정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게임 음악에 가사를 붙인 걸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그래서 음악도 듣는 김에 아니메도 보게 되었다는 이야기.
앞서 썼지만 나는 블레이블루의 세계관을 "읽기는 했지만 이해는 못한" 상황이어서, 불친절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길래 물음표만 더하는거 아닐까 했는데 뭐 딱히 그러진 않고 굉장히 재밌게 봤다. 평가하려고 본 게 아니고 그냥 재밌고 가볍게 본 물건이라서 작화니 액션이니 어쩌고저쩌고 하고 설정이 안맞니 뭐니 하는데 별로 안 들어왔어.
아니메는 말 그대로, '게임을 영상으로 옮긴듯한' 물건이라고 할까. 이야기가 딱딱 끊어지고 장면이 전환되는 게 딱 스토리 모드를 조각 조각 합친 느낌이었다. 아마도 재배열을 한 것 같은데 아니메라면 어느 정도 연결해서 부드러운 이야기를 만들어 주는게 필요한 게 아닐까 하지만, 그런 식의 개변이 워낙 평을 좋지 않게 들은 면도 있어서 그런 것 같음. 1화의 차회 예고을 보면 "격투 게임 아니메화의 징크스를 깨겠다!"고 선언했는데 그래서 평이 안 좋았던 부분을 배제하고 충실한 번안에 치중한 것 같지만, 결국 욕은 똑같이 먹었다는 점에서 이걸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하하.
다만 설정이랑 이야기는 알겠는데, 왜?는 전혀 모르겠다. 뭐, 이렇게 복잡한 설정이 덕지덕지 붙어 있고 이야기 구조가 뒤엉켜있는 물건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그런 갑다 하기'니까, 그냥 그런 갑다 하기로 했다. 음악은 퀄리티 있지만 영상과 잘 어우러지지 않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야기는 뭐 중2중2하지만 중2중2를 까서 나온 결과가 러브코메디 하렘의 범람이라면 난 차라리 중2중2를 택하겠다! 미녀 덕후 여친 사귀는 환상 좀 그만 써 먹었으면.
노엘-라그나-진의 3톱이 주인공격인 것 같은데.. 아니메 봐서는 노엘과 라그나가 주인공 격인 건 분명하지만 진은 혼자 뭐하고 돌아다닌 건지 모르겠고 히로인은 람다였으며 가장 자주 본 캐릭은 하자마였다. 그리고 의외로 라이치가 비중이 높더라. 위키를 보고 생각하기로는 이야기 중심에서 벗어난 서브 캐릭터로 보였는데.
딱 CS까지의 이야기로 끝낸 것 같은데 방영 시점을 생각하면 역시 CP의 광고판이었던 것이고 적어도 나한테
CP가 나오면 한 장 사서 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으니 광고는 성공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CP는 한글판이 안 나올지도
모른다는데, 흠흠;; 의외로 텍스트가 많은 게임이었어서 한글판이 안 나온다면 다시 생각 좀 해 봐야할 것 같다. 일어를 줄줄 읽어나갈 실력은 못 되다보니.
그나저나 이런 중2중2한 물건이 미국에 먹히나? 북미에 인기가 많은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영문 위키도 충실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