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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프리큐어!

ins12 2017. 2. 28. 11:41

 16년의 프리큐어, <마법사 프리큐어!>(이하 마호프리)를 보았다. 이번 작은 전작인 <Go! 프린세스 프리큐어>가 굉장히 좋았고, 큐어 매지컬 루비폼 캐러 디자인에 반한데다 성우진이 타카하시 리에 씨와 홋쨩!!!, 거기에 마법소녀가 아니라고 주장해온 프리큐어에서 마법사를 전면에 건 파격, 등으로 개인적으로는 역대 프리큐어중에 가장 기대치가 높았던 프리큐어였다. 물론 고프리를 넘어서는, 은 추호도 생각치 않았고 중간만 가면 팬심 더해서 만족스러운 작품으로 남겠거니 했던 것.

 그래서 어땠냐면 굉장히 미묘하다. 보다보니 큐어 미라클의 미모에 반한데다가 OP도 좋고 ED도 좋고 이야기도 딱히 무리수나 모난 부분 없고 적도 1쿨은 좀 그랬지만 3쿨부터는 교체되면서 나름 괜찮았고 심지어 민폐 없는 사랑스런 마스코트였고, 하여튼 무난무난했다고 하겠는데 그냥 그 정도 선이란..그런 느낌이랄까.

 인간계와 마법계의 소녀가 기적같은 만남을 하고, 두 세계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믿으며 이별을 한다, 는 건 사실 모든 프리큐어가 공유하는 이야기 구성과 별반 차이가 없다. 여기에 테마니 주제 의식이니가 끼얹어지면서 이야기가 되는건데, 마호프리는 놀랍게도 그게 없다. 즐거운 일상의 공유만으로 밀고 나가서 극이 밋밋하다. 극이 되려면 갈등이 있어야 한다. 이 이야기 구성에 갈등을 유발할만한 요소 -악의 군단이야 항상 있는 거니까- 는 인간계와 마법계라는 차이 뿐이다. 하지만 이 요소조차 갈등의 요인이 되지 못하는데, 작중 묘사되는 인간계와 마법계간의 사람들이 친해지는데 제약이 되는 건 단 하나, 인간계에서는 마법을 써선 안 된다, 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세계간의 충돌을 보여주는 장치는 인간계에서의 마법 소동 뿐이고 그나마도 혼난 적은 한 번도 없다. 서로가 다른 사람인지 한 쪽은 모르지만, 양쪽 다 기본적으로 열린 마음으로 다가서기 때문에 갈등의 요인이랄게 없어서 반대로 주제가 강조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3기를 이끈 치쿠룬과 모후룬의 이야기가 위 테마를 보여주냐 하면, 둘 사이의 갈등은 문화적 배경에서가 아니라 그냥 치쿠룬이 적 쫄병이라서(...) 생긴 것에 불과하고 그렇다고 치쿠룬이 적 쫄병이 된것도 (본인은 결백하지만) 구조적인 문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냥 치쿠룬이 못되먹어서(...)라서 그저 모후룬 및 프리큐어들을 띄워주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하쨩, 큐어 펠리체가 문제가 된다. 하쨩과의 이야기도 위의 "세계의 충돌"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럼 다른 서사 속에 있는 캐릭터인가? 그것도 아니다. 하쨩을 통해 나타내려고 한 주제가 뭔지를 모르겠다. 전향한 고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루려는 거창한 꿈이 있는것도 아니다. 그냥 약간 제멋대로인 개구쟁이 마법사, 미워할 수 없는 동생, 정도의 포지션으로 그냥 캐릭터가 알아서 굴러간다. 차라리 하쨩이 프리큐어가 아니라 준하는 존재 -샤이니 루미너스니 밀키 로즈니- 였으면 좀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후반부 들어 두명이 펠리체의 시종 느낌 나는 연출도 무마할 수 있고.

 한편 적 세력은 어떤가? 1기격인 도쿠로쿠시와 그 졸병들의 경우에는 그냥 요쿠바루 셔틀로 보인다. 정정당당하다는 컨셉이 있는 가멧츠와 한동안 적 사이드 주역을 맡은 야모 정도가 캐러가 잡혔다고 할 만 하지 나머지는 뭐.. 데우스 마스트와 그 졸병들도 큰 차이는 없지만 오루바가 나름 미형 적으로써 체면은 차려준 것 같다. 그나마도 점점 요쿠바루 디자인도 성의가 없어져가고 말이지. 꿈을 시들게 해서 비튼다거나, 욕망을 뒤집는다거나, 이런 식으로 이야기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가 않는다.

 결론은 갈등의 부재이다. 마호프리는 테마는 밍밍하고 메인 스토리는 그저 장르를 위한 기술적 전개로만 이어지며 중점은 즐거운 일상에서 드러나는 캐릭터간의 케미스트리에 있다. 그러니까, 일상 캐릭터물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프리큐어가 전에도 딱 하나 있었는데, <스마일 프리큐어>라고.. 덕후를 노린 개그 캐러물이 스마프리라면 좀 더 아동물스러운 캐러물로써, 약간은 고전적인 구성이 된 게 마호프리인 것 같다.


 이야기는 그렇고, 매너리즘 이야기를 해 보자. 내가 생각하는 프리큐어의 매너리즘 이란, 첫째로 1쿨/2쿨/3쿨/4쿨별로 대충 이야기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뻔히 느껴진다는 점, 두번째로 육탄전+마법 정화로 액션씬이 짜이다보니 연출이 비슷비슷해졌다는 점, 세번째로는 전대물 장르 자체의 소모이다. 고프리는 정말 훌륭했지만 매너리즘을 벗어나진 못했다는걸 아쉽다고 썼었으니 이 프레임에서 마호프리를 보지 않을 수 없네.

 우선 이야기 구성은 전향이 빠지고 하쨩이 나사 빠진 캐릭터가 되면서 오히려 전형성은 약간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3쿨을 모후룬과 치쿠룬에 준 건 예상 외였고, 그래서 하쨩이 더 겉돌아버린 감은 있지만서도. 파워 업 아이템을 따지면 큐어 세바스찬류 지나가는 에피소드로 보이던 화에서 얻은 것도 참신했지. 그리고 50화를 오마케로 채운건 토에이에 무슨 생각이 있었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파격. 휴방으로 하나 빠질 줄 알았는데 안 빠졌나?
전투 연출은 여전히 육탄전에 의존한다. 사실 마법사라고 해서 그냥 모 심야 마법소녀물 내지는 모 마포소녀식으로 마법이 전면에 나서는 화려한 액션씬, 까지야 아니겠지만 좀 더 이런저런 기술이 나오는 걸 기대했는데 마법사도 육탄전을 펼치는 통에 이건 아니지 싶더라고. 어떻게 생각하면 작은 기술들 짤짤하게 걸었던 전작들보다 더 마법 느낌은 덜한 감도? 링클 스톤 류는 템빨이니까. 그나마 괜찮았던 건 프리큐어의 4개 폼마다 스타일이 조금씩 달랐던 점. 반복이 덜하니까.

 마지막은 전대물 장르의 한계, 그러니까 악의 세력이 나오고 정의의 전사들이 무찌르는 서사구조 자체의 한계인데, 점점 주제가 담겨가면서 악의 세력이 주제 구현을 방해하는 장애물로써 기능하기보다는 전대물로써의 최소 요건 성립을 위한, 무찔러지기 위한 장치로만 기능하는 점이다. 이건 위에도 적 세력 매력없다고 한참 불평을 했듯, 이번작이 상당히 심했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한 작 정도는 전대물 색을 많이 빼버리면 어떨까 싶기도 하네.

 그래서 이번 작은 기대와는 달리 매너를 크게 벗어나지 못해서 좀 아쉽다. 이건 아무래도 차기작에 넘어가는 것 같다. 근데 차기작 막상 디자인 보니까 또 너무 파격이라 거부감이 있긴 하더라고. 하하하..

 캐릭터 디자인은 역대급을 넘어서 역대 톱이라고 자부할 만 하다. 큐어 미라클과 매지컬의 4폼 디자인은 하나하나가 절세 미소녀라서 이것만으로 작품 기대를 한참 올렸을 정도인데 거기에 실제로 움직이는 미라클은 더 예쁘더라. 솔직히 이런 얘쁜 캐릭터들에 인기 성우들 연기하는 것 만으로도 마호프리 볼만하다! 심지어 교장에도 헉소리 난 적이 한번 있었다. 중간에 변신 풀려서 영감님 되는 부분 없었으면 블루 따위와는 비교도 안되는 개념 꽃미남 조력자로 이름을 날렸을 것..

 뱅크도 좋았지만 펠리체의 뱅크 컨셉이 둘과는 너무 달라서 3인조가 아니라 2+1인조구나 하고 더 느껴졌다. 아까도 말했지만 펠리체는 큐어 뗴는게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성우는 호화롭다, 라기보다 심야씬에 어울릴 법한 인선이라는게 특이하지. 특히 하야밍이 들어가면서 더 그런 느낌이다. 근데 하쨩 연기는 하쨩 특유의 하~ 내는 연기가 대사랑 톤이 안맞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 그런 오더 같기는 한데 맘에는 안 들었다. 홋쨩이야 맨날 하는 홋쨩 연기고(...) 미라이는 별로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라는 생각은 안 드네.


 보면서 정리할때는 더 안 좋은 톤이었는데 49화가 마음에 들어서 전체적으로 고치게 되었다. 전체적으로는 평작. 따지면 내 취향은 도키프리 쪽이지만, 캐릭터가 예쁘고 이야기도 무난무난해서 신참 호이호이하는데는 꽤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