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 리디에서 10년 대여 이벤트하길래 산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외에는 안 갖고 있는 책들이어서 샀는데, 그 중에서도 <다섯 마리 아기 돼지>는 아예 처음 들어보는 제목이어서 우선적으로 뽑았다. 해문 어쩌고 하지만 나는 크리스티는 황금가지판으로 처음 봐서 황금가지꺼를 많이많이 사주고 싶단 말이지. 기획은 잘 하는데 이상하게 재미는 별로 못보는.. 황금가지..
푸아로가 16년전의 사건을 증언을 통해 되돌아보고 범인을 잡아낸다는 이야기이다. 같은 사건을 여러 증인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증언하는 이야기 구성은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이 떠오르기도 하네. 마더 구스에 빗댄다는 점에서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지만, 작중에서 마더 구스의 내용이 크게 의미가 있었나 하는 생각은 든다. 여사님이 캐릭터 잡을때 쓴 걸 그대로 넣은 모양이다.
전개가 평이하고 주변 캐릭터도 세심하게 묘사되는 편은 아니지만 술술 읽힌다는 점에서는 역시 크리스티 여사 다운 소설이었다.
예전에는 내가 나중에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간략하게 핵심 트릭, 내지는 범인에 대해 "직접적이진 않지만 나중에 보면 기억해낼 수 있도록" 몇 줄 썼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모 위키에 누군가가 정말 친절하게도 줄줄줄줄 다 써놓는 통에 굳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추리소설을 다 박제해버리고 있어. 못된 놈 같으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