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 SFX가 들어가지 않은 드라마 영화는 정말로 오랜만에 보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따져보니 <킬링 디어>도 그랬고 <매혹당한 사람들>도 시대극이긴 하지만 마찬가지고.. 꼭 그런건 아니구나. 일본 영화라 더 새로웠던 모양이다.
원제는 万引き家族, 좀도둑 가족이란 의미로 진열된 물품은 훔치지만 고로케는 사먹는 좀도둑(万引き) 들의 가족이란 뜻인 모양. 꼭 도둑질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어쨌든 도둑질을 가르쳐가는, 그런 유사 가족의 이야기. 아저씨도 아줌마도 일을 하기 때문에 좀 더 벌긴 하겠지만, 직접적으로 제시된 생활비의 숫자는 할머니의 연금 6만 엔. 고령자의 연금에 의존해 살아가는 캥거루 (유사) 가족의, 가난하지만 따뜻한 일상 이야기이려나, 하고 봤지만 그렇게 단순하진 않다. 가족은 어느 날 현관 밖에 앉아있던 유리라는 여자 아이를 데려와서 키우게 되고, 새로운 구성원을 맞이하는 일상이 따뜻하게 그려지지만, 새롭게 생긴 여동생, 좀도둑질의 타겟이던 동네 막과자집 할아버지의 발언으로 아저씨에게 배워온 도둑질을 당연하게 여겼던 쇼타가 변하고, 이야기는 무너진다.
칸 황금종려상에 평단에 주목을 받아서 평론가들 평도 많고 코레에다 감독도 내한에서 GV 등 한게 많으니 내가 말을 주절주절 얹을 필요는 없겠지만, 유사가족이 외부의 '편견'으로 무너지면서 가족을 다시 되새긴다.. 는 식의 평은 너무 나이브한 것 같고, 유사 가족이 갖고 있는 내재적인 문제점을 반드시 같이 짚어야 하지 않나 한다. 세간에선 그런 걸 유괴라고 하고, 시신 유기는 큰 범죄이며, 좀도둑의 대물림을 끊으려면 공권력이 침입할 수밖에 없는 것. 유사 가족의 붕괴 끝에 쇼타는 선택하지만 유리는 내동댕이쳐졌고 아키는 설명받지 못했다. 유사 가족은 기틀이 썪었지만 성공적으로 기능한 반면, 공공은 법질서의 반석 위에 있을 지언정 기능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것은 일본의 이야기지만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점. 일본과 한국의 시차는 점점 줄어가고 있다.
다른 가족에 비해 아키 캐릭터는 좀 붕 뜬 것 같다. 캐릭터의 감정을 조금 더 설명해줘도 되지 않았나 싶어. 배우가 워낙 미녀였던데다 씬이 자극적이었던 터라 그냥 얼굴마담인가 싶기도 하니. 몸매자랑 하실 만 하긴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