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이어폰을 하나 새로 샀다. 계기는 정말 단순했는데, 아마존재팬에 가서 괜히 봤더니 그동안 눈여겨본 JVC FX850계열 우드 이어폰이 할인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간 진득하게 소니 이어폰만 사용하다가 N3의 저음 부스팅은 감당하지 못해서 약간 다른 스타일이라는 우드 저음에 호기심이 동했던지라, 한국까지 관부가세 다 하고도 30만원선에 가능한 가격이길래 이정도면? 하다가....... 기왕이면 병에 걸려가면서 JVC 이어폰을 보다가 결국 FD01 중고품을 하나 홀린듯이 영입했다. 매물 잘 없는 물건이 영입 가능한 가격에 나왔으니까. 물론 그 이후로 더 싼 가격에 매물들이 몇개 더 나왔던 건 유우머..
JVC 이어폰은 한국에서는 대중 브랜드로써의 입지는 갖지 못하지만, 매니아들에게는 웃-드 이어폰 시리즈가 특유의 저음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던 이어폰. 최근 JVC가 재런칭을 하면서 보급형 우드 이어폰인 FW7을 싸게 풀었고 한번 영입했었는데, 아무래도 청음샵에서 들어본 FW01보다는 밸런싱이 정직한 V형인 제품이었다. 우드 특유의 잔향감은 느낄 수 있으니 고가 제품에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면 FW7도 들어볼 만 하다. 중국향이라고 FW8이라는 네이밍을 가진 제품을 싸게 들여오는 업체도 있던데, 정말 같은 제품인지, 정품인지는 현지에서 확인을 안해봤으니 모르겠네.
그래서 FD01. 구매 전에 간략하게 확인한 그래프는 충격적일 정도의 플랫이라 저음 이어폰에 대한 선호가 높은 나로써는 좀 걸렸다. 특히 이전에 쓰던 XBA-3이 결국 저음이 약해서 재미가 없다, 는 결론에 도달했던지라. 그래서 A2로 교체했을때 베이스 음을 느끼면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기에, 플랫 계통의 이어폰에는 좀 머뭇거리게 된 것이다. 그런 수업료 내는 마음으로 다짜고짜 사서 받은 FD01은 그런 불안감을 날려줄 정도의 물건이었다.
전체적인 음색은 그래프 그대로. 특정 부분이 묻히지 않는 가운데 찰랑거리는 고음이 활기를 불어넣는 밝은 스타일이다. 풍성하게 음을 내주는 견실한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노즐 교체 기믹이 있는데 잘 모르겠고.. 그 정도로 세심하게 듣는 스타일도 아니라 저음이 조금 강조된다는 황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착용은 정착용이 기본이지만, 오버이어로도 사용 가능핟. 정착용이 기본이라는 건 케이블에 가이드가 없기 때문에 적은 것으로, 실제 제품은 어느쪽이든 사용되도록 만들었다. 왜냐면, 유닛이 회전하기 때문에.... 그래서 좌우 구별도 없고 각도도 편하게 사용하라는 게 JVC의 주장. 실제로 착용해보니까 회전 기믹은 꽤 괜찮다.
이 물건을 사기 전에 걸렸던 부분이 크게 세 개였으니 부분대로 적음.
1. 고음 강조형인데 치찰음은?
대부분의 녹음이 잘 된 보컬곡에서는 치찰음이 유별나진 않다. 물론 플랫에 고음 강조형이니만큼, 3k 딥을 준 제품들에 비해서는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못들을 정도로 괴로운 치찰음으로 뒤덥히진 않는다. 단, 녹음에서 제어가 잘 안된 음원들에서는 치찰음이 있긴 있다. 특히 애니송은 녹음에 이런 세심함이 좀 부족해서 거슬릴 수 있겠다. 이건 어쩔수 없는 부분이니.. 뭐 자주 듣는 애니송 계통인 심포기어랑 러브라이브쪽에서는 문제 없음.
2. 저음이 횡하진 않나?
FD01의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플랫이지 저음을 죽인 튜닝은 아니다. 하지만 우드의 튜닝과는 다르다. 보통 양감이 없다고 표현하는 돌저음 계열. 타격감은 충실하다.
3. 무게가 무려 20g인데 안무겁나?
유닛의 무게감은 있지만, 착용시에는 무게중심이 괜찮은지 딱히 느껴지진 않는다. 돌아다니면 살짝 빠지는 것 같긴 한데 뭐 이거야 팁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가 50만원은 확실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요새 시장이 축소되면서 이어폰들의 가격이 점점 떡상하는 추세이라, 50만원이 이전의 30만원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50만원이면 비싼 가격이지. 셰에 역경매애 종종 올라오니까 나름 활용하자.
V의 명가 JVC의 플랫 올라운더 계통 이어폰으로 대만족을 얻고 종결을 선언할 줄은 생각도 못했지만, 그 정도로 만족스러운 이어폰이다. 시장 추세로 봐서는 이게 마지막으로 구매하는 유선 이어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은, 지금은 이걸로 종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