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아이리쉬의 <환상의 여인>. 갈기갈기 찢겨저서 언급하는게 우스울 정도인 소위 '3대 소설'의 일각이다. 어쨌든 내가 처음 추리소설을 읽을 즈음은 아직 검증이 완전치 않았던 때라, 잡지에서도 종종 언급했던 목록인데도 <환상의 여인>은 읽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그때도 '3대 소설'의 허위라는 건 들었었어서, <Y의 비극>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걸작인건 분명하니, 그 리스트가 허위인 이유는 <환상의 여인>에 집중되어 있을 것이라는 '편견' 때문이었다. 뭐, 윌리엄 아이리쉬가 훌륭한 작가일지언정 추리 소설로 엘러리와 여사님은 너무 큰 거목이니깐.
그렇게 잡은 <환상의 여인>이지만, 정말 재미있는 스릴러 소설이다. 도입에서 세세하게 묘사한 뉴욕의 하룻밤이 몇 페이지 지나지 않아 남김없이 부정되는데서 서스펜스를 느끼고, 이후에는 극에 올라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추리 소설로써는 허술하기 짝이 없지만, 읽을 때는 서스펜스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뉴욕의 뒷골목을 환상의 여인을 쫓으며 헤메고 있는데, 트릭의 탐구가 무슨 소용이냐? 그 여자만 찾으면 다 해결될 거라구! 기실, 독자를 맥거핀으로 가둬버리는 이런 마술은 관객의 수용을 통제할 수 있는 영화에 보다 적합한 이야기일 것 같지만.
어쨌거나 허위로 판명된 리스트지만, 3대는 아니더라도 추천 리스트인것은 맞는 만큼, 누군가가 추천할 만큼 재미있는 소설이다. 뭐, 본격 추리만이 정답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