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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쿠라님의 13인

ins12 2023. 1. 20. 18:23


2022년의 NHK 대하드라마. 케이블 돌려보다가 한번씩 보면 눈길을 잡아끄는 부분이 있어서 한번 봐볼까 하던 차에 마침 시간도 생기고 해서 JBOX 3개월 넣고 봤다. 

주인공은 호조 요시토키, 가마쿠라 막부의 2대 싯켄(집권)으로 호조 마사코의 동생이다. 겐페이합전, 원평합전은 요리토모가 가마쿠라로 도망갔다가 요시츠네를 앞세워서 이기고 요시츠네를 숙청했는데 결국 죽 쒀서 다 호조 줬다.. 정도밖에 몰라서 역사에 스포일도 덜 당하고 흥미진진했다. 

합전파트에서는 요리토모가 바보같지만 진지할 때는 진지한 일본식 영웅의 모습을 보여주고,  카즈사노스케, 카지와라같은 조역 캐릭터들도 멋지게 다뤄진다. 요시츠네는 완전 사이코패스같은 전쟁의 천재로 나오는데, 단노우라 후 "난 이제 누구와 싸워야 하는 거지?"라는 대사가 극에서 그린 요시츠네를 가장 잘 보여준다.

하지만 카즈사노스케의 숙청을 필두로 이 드라마의 진정한 정체가 드러나는데, 바로 본격 숙청 드라마였던 것! 2~3화에 한명씩 이 핑계 저 핑계로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어느 나라 역사나 신정권이 서면 숙청이 있기 마련이라지만, 이 정도까지 숙청이 이어질줄은. 

요리토모 사후로는 본격적으로 주인공이 숙청극을 주도하는데, 그 목표는 반도에 외세에 휩쓸리지 않는 고케닌의 나라를 세우고 호조가 그 정점에 선다는 것이어서, 쇼군까지도 방해가 되면 갈아버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이야기로는 호조 마사코가 주도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마사코는 힘이 부족한 반대세력의 전형으로 수습을 위해 그녀의 권위가 내세워지는 것으로 그려진다. 당시 여성의 사회적 위치를 생각하면 그럴 듯 할지도.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씬은 아노 젠조의 처형과 그 검분이었는데, 그동안은 처형을 해도 바구니만 나왔지 바구니 안은 안나왔는데 말이지. 대머리가 담긴 바구니 안을 직접적으로 보여줘서 이게 숙청이구나, 하고 소름이 끼쳤다. 카지와라 카게토키의 목이 담긴 바구니가 나온 씬도 그렇고.

여러가지로 작년 초에 방영했던 태종 이방원이 생각나는 드라마였다. 건국기에 뒤이은 숙청극이 빠른 호흡으로 이어지는 것도 그렇고, 군주 상도 좀 비슷한 것 같고, 절제되고 차분한 화면 구성과 극 전개 같은게 방향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동시기에 한일에서 비슷한 소재, 비슷한 느낌의 사극이 나온게 우연일지 상호 영향이 있었던 것일지.

진중한 음악, 훌륭한 촬영과 미술, 무게감있는 스토리 등, 빼어난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이 시대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봐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올해 대하드라마는 이에야스라고 해서 짜게 식었다는 것. 식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