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려라! 유포니엄의 TVA 3기를 감상. 3기라고 하지만, 2학년편이 극장판 3편으로 쪼개져 나오는 바람에 실제로 1,2기에서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니다. 3학년편 정도가 적정한 제목일까.
이 청춘 군상극은 내 취향 그 자체라, 2015년 방영된 1기로부터 9년만에, 쿄애니 방화와 코로나의 부침을 넘어서 끝을 맞이하게 된 것만 해도, 작품의 팬으로써는 너무도 기쁜 것이다. 잘 나와줘서 고맙고 더 못 보게 되서 아쉽고 그렇다. 9년의 세월이라고 생각하면, 또 한 장이 넘어갔구나, 하는 감회도 든다.
3학년편은 1학년편의 안티 테제이다. 쿠미코도 3학년, 그것도 부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진 선배가 되었다. 1학년 편도, 2학년 편도 오디션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고 실력주의로 이겨냈다. 하지만 3학년이 된 쿠미코, 실력주의가 배제해야 할 경력과 친분이 있는 것이다. 쿠미코는 어떻게 할까.
결말에 대해 말이 많던데, 그것에 대해서는 스포일러 탭으로 닫고
위의 시놉이라면, 쿠미코는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실력주의를 관철했어요, 가 이야기의 대답이어야 하지 않나. 그게 쿠미코라는 캐릭터니까. 쿠로에 마유라는 사탄의 속삭임에서 쿠미코(와 레이나)가 이겨내고 개인의 손해를 보더라도 전국 금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실력주의라는 신념으로 따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야기가 작법으로써는 뭔가 이상하다. 결국 쿠미코가 더 잘 했어요라면, 갈등이 뭐가 되느냔 말이지. 그리고 일본 청춘물은 열정을 쏟아부어 얻은 결과는 뭐가 됐든 소중하다는 게 기본 베이스라 쿠미코가 모든걸 다 얻어야 할 필요가 없기도 하다.
그래서 사실 시놉을 보고 이 갈등이 중간에 해소가 안 될때 이런 결말이 날 것은 어느 정도 예측한 바이고, 개인적으로는 쿠미코의 전국대회 멤버 탈락까지도 각오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더라. 다행인지 불행인지. 카나데만 아쉽게 되었다.
유포니엄의 밀도 높은 연출은 여전하다. 이 작품은 최근 트렌드와는 달리 대사만으로 모든 것을 전달하지 않는다. 캐릭터들은 대사가 없을 때도 움직이고 있고 그 하나하나에 다 의미가 담겨져 있다. 밀도가 높은 작품이라 보는 맛이 난다.
힘을 준 작화에서 펜선을 살린 것인지 가는 선을 쓰는 게 눈에 띄었는데, 이전 시리즈에는 없었던 것 같아서 스탭이 바뀐 영향인가 싶기도. 이건 긴가민가하지만 어쨌든 감상이니 적어 둔다.
아쉬운 점이라면 유포니엄의 장기인 취주악 연주 장면이 많이 잘려나갔다는 것. 그에 더해 연주곡 삽입도 좀 줄었다. 작품의 주제 의식이 자유곡인 한 해의 시에 몰려 있어서, TV에는 13화의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군데군데 빈 장면들이 있어보여서 극장판이 나온다면 추가 씬으로 들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쿠미코의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취주악부에 대한 조명이 약했다는 것도 포인트. 1학년 캐릭터는 저음부 신입들, 그리고 2학년도 모토무 혼자 한 화 가져갔고 카나데가 직속후배로써 여기저기 나올 뿐 나머지는 비중이 적다. 2학년편이 1학년과 3학년 에피소드를 다루느라 정작 쿠미코와 레이나의 이야기는 적었던 반동인가? 이건 원작을 확인해 보고 싶다.
쿠미코가 이끄는 취주악부도, 선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뛰어난 실력으로 후회 없는 3년을 보내길 빌면서.
PS. 유포니엄 원작 소설은 왜 정발이 안되는지 아쉽다. 이미 3권이 나와서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고 보는 건가. 온갖 잡스런 이세계물은 나오는데, 유포니엄 정도면 인기 있지 않나. 인기.. 있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