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을 본 거 자체가 굉장히 오랜만이다.
요즘은 통 아니메만 봤으니.. 흠흠
후지타카 쥬비로 선생의 <꼮두각시 서커스>는 정말 인상깊게 읽은 만화였고, <요괴소년 호야>는 급박하게 읽은 감이 있어서 몰입은 좀 덜 했지만 그래도 훌륭했다. 멋보다 그 펜선에서 느껴지는 박력!
<흑박물관 스프링갈드>는 <월광조례>와 세트로 연재되었던 작으로, 보통 이쪽이 더 평가가 좋다는 평은 들었었다. <월광조례>는 여러모로 그저 그렇다는 평이어서 아직 보지는 않았고, <흑박물관 스프링갈드>를 보게 되었다.
예전에는 작품 고르는 취향이 무조건 장편지향, 대작지향적인 경향이 있었는데 (아니메건 소설이건 만화건) 요즘은 중요한건 완급조절, 밸런스란 걸 느끼게 됐고,, 그래서 단편을 꽤나 선호하는 편이다. 특히 추리소설 단편은 컴팩트한 맛이 있어서.
<흑박물관 스프링갈드>는 단편 - 이라기에는 6편의 길이는 조금 미묘하지만 - 의 묘미를 잘 살려, 쉬어가는 컷들이 드물게 확실히 몰아쳐줘서 대만족이었다. 19C 빅토리아 시대, 런던의 밤하늘을 용수철로 "날아 오르는" 괴인이라, 딱 봐도 박력이 느껴지지 않는가? 용수철의 기계적인 움직임, 튀어오르는 탄성력,, 여러가지로, 후지타 카즈히로 선생의 펜터치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소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꼭두각시 서커스>에서 잘 보여준, 거친 펜선 속에 묻어나는 남자의 순정.. 여러모로, 너무도 후지타 선생 다운 작품이었다. 때문에 평이 좋은 거겠지. 후지타 선생에게 기대했고, 후지타 선생이 이미 보여줬던 그 능력을 다시금 확실히 보여준 작품이었다.
그래서 '흑박물관' 이라는 소재로 연재 가능성을 열어뒀음에도 단편으로 끝냈다고 생각한다. 이미 후지타 선생은 이 주제를 다루는 방법을, 보여줄 수 있는것은 상당히 보여줘버린 상태니까. 두, 세 개의 에피소드까지는 괜찮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기가 된다면, 그것도 퇴색할 것이다.
뭐 줄리엣 양과 아서 군의 에피소드도 가벼우면서도 맘에 들었다. 로리콘 사진사라.. 왠지 에로틱해. 근데 누군가는 "가슴이 있는 아이는 로리의 대상이 아닙니다." 라고 하던데, 하하. 루이스 캐롤 선생 이야기를 하던데, "소녀를 (어떤 식으로든) 무력화하고 에로틱한 사진을 찍는 변태 사진사"의 컨셉은 왠지 이전에도 봤던 것 같다. 그래, <나비효과> 영화에도 있었던 것 같고.. 그렇지?
오랜만에 후지타 선생의 만화를 봐서 기쁘다. 좋은 단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