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덕후

에반게리온 큐

ins12 2013. 4. 30. 15:15

 지난 목요일에 이수 나가는 김에 보고 왔다. 아니, 에바를 보러 이수까지 나갔다는게 정답이겠네.

 에바Q 현지에서 개봉했을때 돌던 정리글을 봤었지만 기억 나는건 15년 후에 미사토가 전함 함장이 되있다는 것 뿐. 그래서 제멋대로 에바가 전함 타고 다 때려부수는 스토리이려나 했었다. 파에서 액션신에 힘을 많이 줬던 이유도 있었고. 평이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BD가 뜨나마나 큰 화면에서 파의 공중낙하 사도 전투씬 정도만 봐도 무척 만족스럽지 않겠는가, 했는데.

 TV판으로 따지면 Air를 기대하고 갔더니 구 25 26화가 튀어나왔다는 느낌? 신지 주변에 초점이 맞춰졌던 파와는 달리 다시금 신지에 초점이 맞춰졌고 그래서 분위기는 한없이 음울. 어떠한 정보도 던져지지 않고 포스트 아포칼립스적 영상만이 가득하다. 그것이 에바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24화 에바는 그런 분위기였나? 내가 기억하는 에바는 3호기 사건 이후로는 계속해서 점증되었거든. 파에서 불을 잔뜩 땡겼는데, 거기서 다시 새로운 발단이라, 이런걸 기대한 건 아니었어.

 또 에바 파일럿은 연령 변화를 무시하고, 주변 인물들은 나이를 올린 15년의 간극이 왜 있어야 했는지는 도무지 모르겠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분위기라면 2, 3년 정도로도 충분하다. 이정도라면 중학생이던 파일럿들이 고교생이 되는 정도니까 큰 부담도 없지. 그런데 어째서 15년인가? 15년은 TVA와 Q의 간격과 비슷한 길이이다. 그 차이를 상징한 것인가, 아니면 에바의 시대가 목전으로 다가온 2012년에 다시금 세계관을 근미래로 밀어버리기 위한 발버둥인가? 굳이 15년이 넘는 긴 시간 간극을 둘 필요가 있었나 하는 의문이 있다. 에바의 타임라인은 1년도 되지 않은 시간대였다.

 다음으론 신지와 카오루의 관계인데, 이 관계가 불필요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Q의 내용 자체가 완전히 불필요한 과정인가? 그건 아니다. :||의 내용을 보고 판단해야겠지. 카오루는 모두에게 버림받은 신지를 구원한다. 하지만 카오루는 TVA에서 신지를 배반했다. Q에서는 오히려 신지가 카오루를 '배반'한다.(결과로 볼 때) 어느쪽이든, 신지는 눈 앞의 희망에서 다시금 굴러떨어진다. 정확히 TVA 24화의 역할과 일치하지 않는가? 하지만 생각해보자. 24화는 단 한 화였다. 카오루란 캐릭은 단 한 화에만 등장한 캐릭터란 말이다. 그 정도로 정리가 될 수 있는 이야기였다. TVA 24화는 너무 압축적이었나? 그럴 수도. Q에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환경을 보여주는 장면이 포함되었지 않는가? 물론 그렇다. 그렇다면 24분 가량의 TVA가 1시간 30분이 되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는가? 아니, 그건 아니다. 지나치게 길다. 나는 BL물을 좋아하지 않고 카오루란 캐릭 자체를 좋아하지 않지만 카오루가 신지에 미치는 영향을 그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극장판의 편집이 너무 과도하다는 것이다. 10 내지 20분정도는 커트할 수 있는 부분이라 본다. 그리고 그 시간을 보다 친절하게 쓸 수도 있었겠지.

 종합하면 내가 Q에 갖는 가장 큰 불만은 너무 이야기를 전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분량이 충분했음에도 이야기를 전개하지 않는다. 순전히 Bridge로서의 역할에만 치중한다. 시리즈에 대한 평가는 :||가 나온 후에야 가능할 것이므로 투정 정도로 끝내지만, 여러모로 기대하지 않았던 전개였다는 건 명시해 둔다.

 또 하나의 불만은 15년의 간극 탓에 스토리가 너무 많이 틀어졌다는 것인데, 내가 에바 신극장판에 기대했던 것은 EOE 이후 안노의 생각인지 팬층의 짜맞추기였는지 여튼 하나의 완성된 에바의 대한 관점이 형성된 바, 그것을 좀 더 쉽게 보이거나, 혹은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이는 것이었다. 서, 파의 전개와 '루프물' 떡밥은 후자 쪽에 무게를 많이 싣고 있었고 나 자신은 '루프물' 식의 전개는 뭔가 편의를 위한 비겁한 책동 같아서 썩 좋아하진 않았지만 신지의 변화는 긍정적이었기에 끝을 기대하긴 했는데, 너무 변하지 않는 것도 별로지만 이건 너무 많이 변화시켰다는 생각. 에바가 쏟아져 나오질 않나 괜히 의미없이 떡밥만 더 뿌리고 있으니. 여러 가지로, :||에 대한 평가 기준이 엄정해졌다.

 중심 인물이 신지와 카오루다 보니 주변 인물들은 좀 비중이 덜한데 그나마 시키나미가 비중이 높다. 완전히 히로인 자리를 굳혔다고 할까. 마리는 조금 물러선 느낌이고, '레이'는 뭐.. 그냥 레이네. 뷔레에는 신캐러도 많이 나오지면 비중이 없고. 그나마 스즈하라 사쿠라가 리츠코 정도 비중은 된 것 같다. 캐릭터는 잘 뽑혔는데 비중이......

 결론으로 종합하면 "내가 기대한 에바는 이렇지 않아" 안노는 아무래도 반응을 싹 모니터한 다음에 그거랑 안 맞는 방향으로만 작품을 만드는 모양이다. Q 끝나고도 미사토가 서비스 서비스를 말하긴 했지만 어짜피 :||에 나오지도 않을 예고편 따위는...... 하하하 안노 이녀석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