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의 3대 모험인 <알타고의 고대용>이 PC가 아닌 PSP로 나온다고 했을 때 팔콤의 오랜 팬들은 그야말로 충격을 금치 못했다. 궤적의 직접이식으로 설마설마 했던 일이지만 현실로 나타날 줄은 아무도 몰랐을 테고..
거기에 초기 일러스트의 처참한 질은 그야말로 팬들을 충격과 공포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천만다행스럽게도 일러스트레이터가 교체됬지만 초기 일러스트는 여전히 3D모델링으로 살아 있다.
시리즈 최초의 파티플 도입, 시리즈 최초의 PC가 아닌 매체에서 초기발매.. 잇따른 시리즈 최초, 새로운 시도 등의 수식어가 등장하는 시점에서 작품의 완성도가 걱정되는건 어쩔 수 없는 일. 잘 만들었으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위대한 작품으로 칭송받을 것이나, 잘 못 만들었으면 흑역사화될 것이니.. 1
그래서 이스7이 어땠냐면, 잘 만들었는데도 팬덤에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이는 이스의 주 유저층이 PC 유저들이라 하지도 못하는 PSP판에 관심을 덜 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그저 이스 시리즈의 브랜드 파워가 이 정도다- 정도일지도.
결국 이스7 이후로 팔콤은 계속해서 궤적에 집중, 팔콤 30주년 기념작도 이스가 아니라 궤적의 신작이 차지하게 되었다.
여기까지가 본 작에 대한 게임 외적의 간단한 설명이 되겠다.
그래서 실제로 플레이 한 결과가 어땠냐면
우선 게임이 이스 시리즈의 작품이라기보다는 일본식 ARPG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물론 일본식 ARPG를 정립한 작품이 이스 시리즈이지만, 이후로 JRPG에 들어가는 각종 야리코미적 요소를 가미한 ARPG가 주류를 이루었고, 그 와중에도 극도의 투박한 시스템을 지녔던 YSF, YSO는 매우 놀라운 이레귤러로, 따지면 RPG보다도 A쪽이 강했다. 따지면 YS I&II도 몸통박치기로 상징되는 극도로 단순한 게임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YS7에서는 스킬, 파티, 조합을 넣어서 RPG적인 요소를 강화했는데, 덕택에 시리즈 특유의 단순미가 사라져 버렸다. 이게 가장 큰 불만점이다. 스킬이 있는건 좋은데 왜 스킬에 10레벨을 넣어서 10레벨을 채우게 하느냔 말이다. 그렇다고 스킬이 적냐면 그것도 아니라 캐릭터당 10개씩은 있는 것 같다. 거기에 캐릭은 총 7명... 이거야 원.
그리고 조합템의 밸런스가 깨져서 노가다를 요구하게 되었다는 것도 비판하고 싶은 점. 이건 밸런싱의 문제다. 뭐 최종 무기니까 제한해 두고 싶었다는 심정이야 이해한다만 그러면 하드하게 제한을 했어야지 이런식으로 제한을 하면..
즉 단순미가 돋보였던 작품에 야리코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한 JRPG의 요소를 끼워넣다 보니 본디 테이스트를 잃었다.
연관되는 또 하나의 불만점은 눈에 띄게 보이는 궤적 시리즈의 영향이다.
시리즈 전통대로 아돌은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주인공 입장에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도기가 하는데, 덕택에 아돌이 묵묵히 임무 수행을 한다는 데서 나타났던 묘한 테이스트가 역시나 사라졌다. YSO에서도 그랬던 걸 보면 딱히 이 전통을 팔콤이 유지하려 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여기에 궤적 시리즈와 본작의 시나리오 라이터가 같다는 문제점이 또 발휘되어서 세세한 연출에서 궤적식이라는 느낌이 난다. 알타고의 BGM이 궤적의 도시 BGM과 매우 흡사한 톤이라는건 보너스. 인터페이스에서도 궤적의 향기가 짙다.
이것은 사실상 단일팀으로 운영되는 팔콤의 사정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할 수도 있으나, 시리즈의 정체성이 흐려진다는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그래픽. 솔직히 2009년 시점에서 그래픽에 점수를 매기면 하점을 줄 수 밖에 없다. 팔콤게임이 그래픽 보고 하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봐 주는 거지,
혹평은 이정도로 하고, 그렇다고 게임이 재미 없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보스전은 정말로 재밌고, 타격감도 준수. ARPG로서의 재미는 여전하다. 레벨 밸런스도 좋고.
전형적이면서도 전형적이지 않은 스토리, 반전, 복선은 훌륭했다.
지금까지 내려온 이스와는 조금 동 떨어진 스토리였지만, 원래 이스가 그러니까. 근데 기껏 다 합쳐놓고 또 외전격을 만드는 건 무슨 생각인가 싶긴 한데,,
다만 그럼에도 내가 바란 이스와는 조금 동떨어져 있었다, 그런 것.
이것이 시대의 변화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파티플은 삭제해 줬으면 좋겠다. 서브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못해. 죄다 전형적인 클리셰 덩어리로, 이들이 플레이어블이 아니었다면 그런갑다 했겠지만 문제는 플레이어블이라는 것. 솔직히 죄다 얼굴 없는 조연으로 돌리고 아이샤만 남겨도 스토리는 진행된다. 오히려 이쪽이 이스답기도 하고.
좋든 싫든 내던진 주사위이니, 앞으로 문제점을 잘 보완해서 만들어 줬으면 한다.
* 2011년 5월 4일 클리어 직후에 썼던 글을 9월 20일 공개.
- 이스4는 PC 버전이 없이 콘솔작만이 존재한다. 근데 이스4의 콘솔작은 모두 팔콤이 아니라 외주업체에서 제작한 작품. 즉 이스4의 경우는 팔콤이 만들 가상의 PC판 이스4를 콘솔 이식한 작품만이 현존하고 있다- 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뭐 말장난같지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