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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극장판 신편 반역의 이야기

ins12 2014. 4. 15. 21:56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이하 <마마마>)는 내가 매우 높게 평가하는 아니메 중 하나다. <마마마>의 미덕은 바로 밀도높은 구성에 있다. 한 화 한 화를 서비스 따위로 허투루 쓰지 않고 떡밥을 뿌리고 회수하면서 시청자를 극에 몰입시키는 그 흡입력. 절정에 달했던 샤프트의 영상미가 이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래서 <마마마>의 진정한 재미는 그것을 실시간으로 시청했던 행운아들의 것이고, 그 편린을 엿볼 수 있었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나는 8화부터 따라갔고, 10화 이후 대지진(을 핑계삼은 샤프트의 시간벌이) 덕에 꽤 애가 타는 경험도 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 면에서는 각별하다.

 거기에 독자적인 작품성이 없이 오로지 원작의 광고판으로만 존재 의의가 있는 아니메가 넘처나고, 1쿨로 기획된 오리지널 아니메들도 회수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는 작품이 많은 시점에 <마마마>의 밀도높고 깔끔히 완결된 구성은 흔한게 아니다. 1쿨로도 구성에 따라서는 왠만한 2쿨 못지 않은 볼륨과 이야기를 펼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 <마마마>의 의의.

 하지만 이것은 모두 전 12화의 TVA에 국한된 이야기이다.

 <마마마>는 대 히트를 쳤고 샤프트가 이를 놓칠 리 없었다. 하지만 <마마마>는 그 자체로 깔끔히 완결된 이야기이다. 스핀오프들은 썩 좋은 반응을 얻진 못했다. 결국 샤프트는 끝마친 <마마마> 본편의 이야기에 가필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등장한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극장판 신편 반역의 이야기>(이하 반역의 이야기)를 탐탁치 않아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에게 <마마마>는 TVA의 뚜렷한 완결성이 매력이었기 때문. 하지만 좋든 싫든 <반역의 이야기>는 나왔고 보았으니 몇 자 적어보려 한다.

 영상미학적 성취에 대해서는 절정에 달했다고 생각한다. <마마마>의 분위기는 샤프트와 극단 이누카레의 미적 취향에 정확히 부합하는 것이고, 시간과 예산이 충분한 샤프트는 그 기질을 유감없이 뽑내었다. 영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불만이 없으며, 이 영상미 하나만으로도 이 물건을 볼 가치는 충분하다. 다들 대호평인 마미와 호무라의 전투씬은 이 작품의 세일즈 포인트였던 모양이고 그에 부끄럽지 않은 고퀄리티 영상. 그리고 또 특기하고 싶은 연출은 바로 전위적이기 짝이 없는 변신씬. <마마마>는 마법소녀물에 속하는 물건이지만 여러가지로 마법소녀물의 클리셰를 깨려는 파격을 의도적으로 보이는 물건이기도 한데, 이번 작에서 그것을 강조하는 연출이 바로 이 씬이다. 신체를, 화면을 찢는 연출이 마음에 들었다. 후반에도 캐릭터가 찢어지는 씬이 한번 더 나오긴 하는데 복선이라면 복선이겠다. 프리큐어의 전통적인 화려한 변신씬을 보다가 <반역의 이야기>의 전위적인 연출을 보니 역시 색다르다. 과격해서 일반적인 마법소녀물에는 채용되기 어렵겠지만. 프리큐어가 일반적인 마법소녀물인지는 별론으로 하자.

 이야기로 넘어가서, 이 작품은 하나의 독립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시리즈 중 하나여서 자기완결성이 없기에 이야기에 대해 말할 것이 썩 많지 않다. 내가 향후 마마마 saga의 스토리 전개에 대해서는 썩 관심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구성으로 볼 때 이 영화는 호무라의 '반역'을 기준으로 정확히 두 개로 나눌 수 있고, 앞쪽 부분은 괜찮은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호무라를 구원하기 위한 마도카의 노력이라는 소재는 후일담으로써 어울리지 않은가? 큐베의 '결계'가 너무 편의적이라는 느낌도 들었지만 그냥 그렇다니 그러려니 할 부분. 하지만 역시 그 '반역'이 말이지. 마마마를 완전히 종결시킬 수 있는 순간 덧붙인 사족이라는 느낌이 너무 강했다. 나중에 인터뷰 보니 역시 원안은 반역을 하지 않고 끝나는 것이었던 모양이다. 덕택에 새로운 전개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끝을 맺었는데, 계속 표명하거니와 나는 완성된 컨텐츠를 좋아하지 완성되지 않은 중간 단계의 컨텐츠는 썩 좋아하지 않는다. 작품으로써 미완이잖아, 이런 건. 마마마는 완성되었기에 더욱 높게 평가한 물건이었는데 그것을 스스로 훼손시킨 점이 안타깝다. 괜찮은 이야기가 이어져서 깔끔하게 끝나면 좋겠지만 과연 어떨까.

 이 작품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것은 바로 포스트-에반게리온이란 타이틀이다. 나는 에바 쇼크를 실시간으로 겪지 못했던 사람이라서 에바 쇼크가 어느 정도였는지 이야기하기가 어렵지만, 내가 느끼기에 에바는 대중적으로 어필하는데 성공한 컨텐츠이다. 왜냐하면, 거대로봇이란 소재는 굉장히 덕후스러운 것일지언정 대중이 전적으로 거부하는 물건은 아니라 보기 때문이다. 더구나 에바란 물건은 그 영상미와 주제가 평단에서 나름 인정받는, 소위 작품성이 있는 물건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주요 매체의 특집이 나오면 반드시 언급되는 물건이기 때문에 그 수 많은 논쟁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의의와 입지는 흔들림이 없다. 여기서 애니메이션이라는 하류 매체가 영화에 버금가는 주류 문화의 일환으로써의 대중성을 획득하기 위한 몇 가지 요건을 추출할 수 있다. 1. 센세이셔널할 정도의 상업적 히트. 2. 대중이 적어도 비토하지는 않을 소재. 3. 평단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주제 의식.

 그래서 <마마마>라는 IP는 이걸 통과할 수 있느냐 하면, 영상미학적인 성취, 그리고 아니메계에서 손꼽힐 대히트라는 점에서는 1번 요건은 당연히 통과한다고 하겠지만 마법소녀 물이고, 여자애들만 나오는데다 주제 의식으로 넘어가서는 없다 쪽이 적합한 표현일 것이다. 평단이 평가하기도 미묘하고, 대중이 화제작이라고 관심 같기에도 조금 거리감이 있는 물건이 아닌가. 그래서 포스트-에바라기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뭐, 그런 대중적이지 못한 면이 요새 아니메 계열을 대표하는 작품답다면 다운 부분이겠다. 그래서 그 영상미가 아쉽다. 좀 더 평가받으면 좋을 텐데.

 여담으로 이 글은 노트에 끄적거린걸 옮겨 적은건데 왜 내가 쓴 글씨를 전혀 못 알아보겠냐.. 휘갈김도가 높았긴 했지만 악필은 정말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