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덕후

해피니스 차지 프리큐어!

ins12 2015. 2. 1. 22:34

2014년의 프리큐어, <해피니스 차지 프리큐어>를 보았다. 원래 프리큐어는 완결나고 몰아보는 루트였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있어서 완결 전에 몰고 후반부는 실시간으로 봤는데, 그래서인지 느낌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첫인상은 굉장히 부정적이었다. 왜냐하면 시라유키 히메가 너무도 충실하게 쿠루미 에리카를 본따고 있었기 때문. 하지만 가면 갈수록 전개가 좋아서 만족스러웠다. 팬텀은 굉장히 잘 만들어진 캐릭터였고 미라쥬를 놓고 가는 전개도 괜찮았고, 그런데, 정작 다 보고나니까 별로 재미가 없었다. 신기하게도.

잘 빠진 작품이다. 딱히 흠잡고 싶은 곳도 없고, 캐릭터 배분도 나름 충실하고, 전작과 달리 예산이 좀 늘은 티도 나고, '원전'인 하트캐치가 좋기도 하고. 그런데 다 모아놓고 나니까 재미가 없다. 대체 이유가 뭘까. 미라쥬와는 달리 레드가 찌질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히, 내가 후반부(42화쯤?)부터 몰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텐션을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분명히 양작이고 도키프리보다 앞에 놓아야 할 물건이라고 동의하는데 왜 이야기가 재미가 없었을까. 메구미가 별로 재미가 없는 캐릭터라 그런가? 블로섬도 그렇게 재미있는 캐릭터는 아니었는데.

언러블리나 큐어 텐더, 흑화 세이지같은 매력적인 적을 좀 더 끌었으면 어땠을까? 팬텀의 빈자리를 흑화 세이지가 메꿨으면 꽤 괜찮았을 것 같은데 아동용에는 좀 부담스러웠을까. 큐어 텐더가 1회용일줄은 생각도 못했다! 39화의 마리아가 이오나 도발하는 씬이 귀여웠지만. 개인적으로 이번작에서 기억에 남을 한 씬을 꼽으면 그거일듯.

주인공 팀을 이끄는 역할인 블루가 비호감이었다는 것도 내 평에 문제를 일으킨 것 중 하나. 세이지-메구미-블루의 3각관계는 그 무거움에 비해 작중에서 좀 가볍게 해소시켜버린 느낌이 강하다. 나는 이게 작을 이끄는 기둥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기존 프리큐어의 1회용 적은 숙주의 약점 내지는 문제점을 받아오고, 이걸 프리큐어가 정화하는 컨셉이라 좋았는데 아이디어가 바닥났는지 이번 작의 사이아쿠는 숙주와는 상관없이 막 튀어나오는 느낌이라 그런 면은 좀 별로였다. 프리카드 기술들도 주 세일즈 포인트의 하나였는데 그렇게 잘 쓰인 것 같지는 않고, 모델링에 립스틱이 많아서 좀 부담스럽기도.

그 외 잡다한 것. 변신 뱅크는 눈에 확 들어오는 매력이 넘치진 않았지만 망토 벗는 씬 하나는 멋있었다. 아이카츠의 영향인지 보컬곡이 기술 등으로 적극적으로 나왔는데 흥미로운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수 활동하는 성우를 둘이나 뽑은건가. 최종 필살기인 프리큐어 이노센트 퓨리피케이션에 들어간 보컬곡은 마음에 들기도 했고. 문제는 매화 이게 나오니까 길다, 는 점이었지만.

성우 이야기를 하면 개인적으로는 마메구의 연기력의 한계를 좀 느꼈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라 감정이 잘 안 실리는 것 같다. 한 메구미는 최근 굉장히 푸시를 받고 있는 성우인데 아직 그런 푸시를 받을만한 "압도적인 재능"이란 인상은 들지 않는다. 연기톤이 오락가락하고, '캐릭터 목소리로 노래부르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클리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푸시는 어머니 영향이 있을지도?토맛은 역시 또래중에는 톱 클래스인 것 같다. 그리고 코야스씨가 오레스키를 굉장히 즐겁게 연기했을 것 같다는 점.

여담으로 국내에 도는 자막의 질이 요 몇년간 프리큐어중 가장 낮은 축인 것 같은데 이게 그럭저럭 만드는 양반들이 하나 둘 하차해서 그 양반만 남게 된 거라 뭐라 하기 어렵다. 나만 재미없었던 건 아닌가.

쓰고보니 악평으로 점철된 것 같은데 이래저래 따지면 잘 빠진 물건인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뭔가 재미있게 보지를 못했다. 내가 프리큐어를 졸업할 때가 온 걸까? 다음작을 잡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