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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맷후 잡담

ins12 2013. 2. 6. 03:35

 오랜만에 컴퓨터 포맷을 했다. 윈도우란 원래 주기적으로 밀어줘야 하는 물건이고 그래서 XP 쓸 때는 신학기 때마다 한번씩 밀곤 했는데 윈도우7은 딱히 느려짐 현상도 없고 해서 꽤 오래 썼다. 따지면 굳이 밀어야 할 성능 저하는 없었는데 프로그램 추가/삭제가 꽤 더러워진 걸 보고 더 일 커지기 전에 오래전부터 생각만 하던 외장하드 파티션 봉합하는 김에 윈도우도 밀었다.

 원래는 윈도우8을 깔아 볼 까 했는데.. 이래저래 글을 읽어보니 윈도우8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 뭣보다 7에서 딱히 불편한 게 없다는 점. MS 하는 일이니 다이렉트 12나 WMP 13이 윈도우8 전용으로 나온다거나 하면 별 수 없이 옮겨가야 겠지만 아직은 그런 것도 없고 윈도우7도 충분히 쌩쌩하고 여전히 세련됐다

 포맷하고 가장 처음 설치하는 소프트웨어는 항상 파이어폭스였다. 04년 처음 파이어폭스를 설치했을 때부터 꾸준히 이 불여우를 써오고 있다. 고등학생 때는 그런데 굉장히 관심이 있어서, '도덕적인' 오픈 소스를 '악한' MS를 몰아내기 위해 지원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남들과 다른, 숨겨진 뛰어난 프로그램을 쓴다는 우월감도 있었던 것 같다. 요즘은 그정도로 선악 구도로 보지는 않고, 그냥 편해서 쓰는 데 가깝다. "Don't be evil" 이랍시고 오픈 소스의 충실한 서포터인 것 처럼 등장했던 구글의 '변절'도 그렇고, 우분투와 LibreOffice를 썼을때 워낙 불편했던 경험도 그렇고. 아, 우분투 자체는 좋은 OS였다. Fedora보다 훨씬 편하고, 리눅스를 일반 유저가 쓴다면 우분투가 제일 좋은 것 같긴 하다. 하지만 LibreOffice는 MS Office를 대체하기엔 너무도 부족했다. 따라서 우분투는 Office가 없는 OS이므로... 그런 것.

 요즘은 크롬이 대세고 크롬 유저들이 그런 우월감을 보이는 것 같기도 한데 좀 그렇다. 크롬이 가장 가볍고 빠르고 어쩌고 하는데 따지면 가장 빠른건 오페라일 것이고, 가장 가벼운 건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건 크롬은 아니다. 크롬은 파이어폭스보다 무거우니까. 아톰 달린 넷북 써본 결과 내린 결론.

 그러고보면 구글 이미지도 많이 망가졌다. 예전에는 구글이 하면 독창적이고 뛰어난 물건을 만든다는 생각이었는데, 요즘은 구글 하면 어떻게 내 정보를 빼가서 광고에 써먹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니까. 그래도 상대가 애플이라면 그나마 구글이 낫다..고 하기도 그렇고. 차라리 MS? 요즘은 MS 이미지가 굉장히 좋아졌는데, 일단 빌형이 신사고, 졸업 전에 이것저것 하면서 MSDN 도움도 많이 받았고, 욕을 먹기도 하지만 MS가 개발자들에게 상당히 기여해 주고 있다는 걸 느꼈다는 점. 그리고 Office는 역시 쩐다는 점. WMP도 푸바가 주장하던 마냥 악의 축 급 재생기는 아니었다는 점 등.

 10년동안 썼던 파이어폭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3.0이 아닐까. 2.X대보다 훨씬 세련되졌고 성능도 좋아졌고. 3.5, 3.6으로 된 완성본은 클래식 파이어폭스의 최고봉이라고 생각. 4부터 크롬식 숫자인플레를 따라가기 시작했는데 오늘 보니 파이어폭스가 벌써 18이다. 차라리 1년에 한번씩 올리면 또 몰라, 이게 무슨 과장광고인지.

 크롬에 밀려서 비실비실한 것 같은 파이어폭스지만 그래도 이게 제일 편하다. 주황색 톤이 따스하기도 하고. 앞으로 10년도 파이어폭스랑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