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가 아닌 문화물 48

추상오단장

요네자와 호노부의 . 요새 추리 소설은 대부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해결했는데 이건 어쩌다보니 리디에서 샀다. 만화, 라노베나 추리소설같은 소비형 출간물은 전자책으로 적극적으로 나와줬으면 하는데. 절판 위험도 적고.버블이 막 붕괴한 시기, 중고서점의 점원인 주인공이 의뢰를 받아 단편 소설을 찾아나서는 이야기이다. 소재에서 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역시 요네자와 호노부가 좀 더 잘 쓰는 것 같다. 5개의 리들 스토리를 엮어서 커다란 리들 스토리를 써내는 솜씨가 대단하다. 하나 하나가 섬뜩한 맛을 내 주는게 역시 글의 힘이다고 생각한다. 시대를 의식하고 캐릭터에 반영하는 건 라노베계에선 잘 볼 수 없는 점. 음, 이걸 라노베와 일반 소설의 차이로 볼 수 있을까? 대부분의 본격 추리가 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데 비..

열흘간의 불가사의

엘러리 퀸의 "라이츠빌 시리즈"의 제 3작, . 이걸 잡을 때 쯤 되니 과 가 가물가물해지는데, 작중 오랜만에 라이츠빌을 방문하는 엘러리의 모습을 보니 이정도 거리감이 좋았던 것 같다. 범인이 아무래도 생각이 안나는건 문제지만. 라이츠빌을 소개할때마다 끌어오는 표현이지만, 국명 시리즈와는 달리 라이츠빌은 보다 소설에 가까워진 추리 소설이라는게 일반적 소개이다. 그리고 도 그 소개가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퀸이 9일간 라이츠빌에 머무르면서 겪은 이야기는 통속적이지만 빠져드는 이야기이다. 퀸이 샐리와 디드로, 그리고 라이츠빌의 저택에 대해 묘사하는 파트는 퀸 답지않게 공을 들인 부분이었다. 그리고 퀸, 퀸은 이번 작에서 유별나게 사건에 깊게 휘말리고 감정을 여실없이 드러내며 계속해서 좌절한다. 퀸에게 캐릭터..

멧밥 묵고 가소

별 기대 안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재밌게 봤다. 제목에서 예상했던 대로, 그리고 형님 등장씬에서부터 예상한 그대로의 갈등이 전개된 너무도 뻔한, 아니면 일상화된 갈등이 주제였다. 초반이 정말 웃기게 지나간 덕에 이 무거운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걱정스러웠는데, 굉장한 방법으로 해결했다. 직접 보시라. 나는 나름 충격받았다고. 이런 방법이 있었다니? 하는 식으로. 그리고 그정도 선에서 멈춰서 다행이라 생각한 게, 사실 왠만한 수단으론 설득력 있는 해결이 불가능할 정도로 골이 깊은 갈등이었을 뿐더러, 괜히 이상한 방법으로 신파로 흘렀으면 역시 한국 극작계는 코미디+뻔한 감동(7번방의 그것!) 밖에 못쓴다는 편견이 더 박혔을 것. 제사를 누가 가져가느니 누구는 일을 안하느니 하는 건 한국 사회에서 가장 보편적..

워크래프트 영화

워크래프트 영화로 워크1 스토리를 쓴다고 했을 때 나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탕수육 소스로 시작하고 스톰윈드의 단란한 생활 중 잔학한 오크놈이 몰려와서 다 때려부수니 항전하는 간결한 구도에 비극으로 끝나는 스토리는 후속작 떡밥 풀기 괜찮으니까. 여기서 오크를 나쁜 놈으로 막 그리고 듀로탄정도가 안에서 반발하다가 쫓겨나고 나중에 스랄 사가 그리면 호드 명예회복에 괜찮고.하지만 호드에 일말의 악역마저 맡기기 싫었던 멧젠놈은 이 스토리에 이상한 양념을 치기 시작한다. 피의 욕망에 시달려야 할 오크 호드는 좀 잔인하지만 명예를 아는 3차 대전쟁때의 호드가 되어버렸다. 심지어 블랙핸드조차 호드의 명예와 즈언통을 중시한다. 다른 흑마법사조차 없다. 모든 악행은 굴단이 원인이고 호드는 굴단에 의해 속고 있을 ..

<요리코를 위해>, <1의 비극>

요즘은 마실 나갈때마다 알라딘 중고서점을 들려서 추리소설을 몇 권씩 사오는게 취미가 되었다. 와서 읽고 모아서 다시 판다. 사실상 대여하는 셈이니 도서관에서 해야 할 일을 여기서 하는 셈인데, 이 동네가 도서관 접근성이 아주 끔찍한데다 한 권을 2주일만에 읽을 자신이 없어져서 그냥 중고로 구매하는 편. 사실 파는 돈은 거의 푼돈이지만 집에 둘 자리도 마땅찮고 내 방에서 책이 죽는 것 보다는 중고서점에서라도 돌리는게 더 낫지 않겠나 싶기도 한다. 뭐, 그런 아름다운 마음씨라면 신간을 사서 중고로 돌리는게 맞겠지만. 그간 읽던 요코미조, 아야츠지, 아리스가와 등은 국내 소개된 책들은 대부분 읽고 해서 이름만 들어봤던 작가들로 확장해가고 있다. 노리즈키 린타로도 신본격 작가군에서 빠지지 않는 이름이니만큼 를 ..

존 딕슨 카 작품들 몇 권 감상

요새는 트위터에서 몇 줄 써놓고 말다보니 블로그에 기록이 없었네. 딕슨 카의 작품들을 읽어보겠다고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몇 권 잡아왔었는데 이번에 을 끝으로 다 읽어서 적어둔다. 읽은 책들은 , , , 의 총 4권인데 는 전에 써 뒀으니까 나머지 세 권. . 화자가 세번이 바뀌지만 같은 사건을 다른 각도로 조명하는 건 아니라서 크게 번잡하진 않다. 사건의 페이즈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 책은 유난히도 잘 안 읽혀서 사실 읽다가 진이 빠져버린 감이 있다. 등장인물도 번잡하게 많다. 사건이 희극적 터치인데 템포가 좀 안 좋네.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인데 안락의자 탐정한테 사건을 잘 정리해서 전달해주는 화자들의 능력이 더 대단한 것 같다. 트릭은 꽤 흥미롭긴 했지만 정윤성님이 말씀하신 대로 범인이 밝혀져도 느..

괴물의 아이

이후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은 필견 리스트에 올려뒀기 때문에 그 첫번째 타자인 도 개봉 후 보러 간 것이다.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을 토에이 이후부터 보면 드라마/드라마+액션이 교차하는데, 그 드라마+액션인 가 약간 평범했어서 이번 작도 불안했고, 거기에 소재나 시놉시스로는 내 취향이 아니라서, 걱정걱정하다가 일본에서 흥행이 잘 됐다길래 별 생각없이 갔다. 후의 작품이 그 후광을 입는건 당연하니까 흥행이 오르는 것도 당연하겠지만. 아웃사이더끼리 유사 가족을 만들어서 부둥켜 살아가고 치유받아 세상을 놀라게 한다는 시놉 보고 예측한 그대로의 흔한 전개가 들어가 있어서 좀 실망스러웠고,, 극이 좀 산만하다. 음, 어떤 의미로 시나리오가 배치되었는지는 대충 알겠고 '의미 없는' 장면도 드물다. 그런데도 산만하다. ..

밤에 걷다

를 읽고 카를 읽어보기로 결심해 서울에서 알라딘가서 바리바리 사들고 내려왔다. 여기에 알라딘이 없는건 아니지만 카는 없을 것 같으니까. 뭐 이제 내가 다 읽고 방출하면 생기겠지 maybe. 도서관에서 빌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도서관에서 빌리면 기한때문에 마음도 급하고 또 가기도 영 파이고 해서 그냥 알라딘에서 사고팔고 하기로 했다. 권당 2~3천원이면 납득할 만 해야지. 는 카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밀실추리의 대가로 유명한 카 답게 데뷔작도 밀실 사건. 시작부터 제시되는 잔혹한 탈옥수의 협박이 스릴감을 더해준다. 그리고 잔혹하기 그지 없는 밀실에서의 참수 살인. 일반적으로 추리소설에서 참수는 목 없는 시체를 만들고 바꿔치는 트릭이지만, 범인은 목을 가져가지 않았다. 트릭으로 사용하지도 않았으면서 벌인 참..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다카기 아키미쓰의 를 읽었다. 사실 별 생각없이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서 잡았던 건데 전후의 고전이어서 잘 된 선택이었다. 무대적인 살인에 마술사와 오컬트가 등장하는, '기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릴 듯한 작품. 일본 추리소설을 이야기할 때마다 나오는 말이지만 이 작품도 역시 초기 김전일스러운 기기괴괴함이 있는데, 김전일이나 코난 등에서 자주 나오는 마술사 소재는 여기서 출발한 것일까. 아니면 란포? 그런 비현실적이기까지 한 작풍이므로 이에 반발하여 사회파가 나온 것도 이해할 만 하다. 트릭을 위한 트릭, 살해당하기 위해 등장한 캐릭터들. 본격 추리소설의 흔한 비판점이 다 들어가 있는 물건. 수면 아래 잠복해있는 공범이 있고, 작중 인물들의 증언을 신뢰할 수 없어서 범인 찾아내기는 꽤 어렵지 않으려나? 얼..

살육에 이르는 병

아비코 다케마루의 추리소설, . 아니, 이것을 추리소설이라 불러야 할 것인가? 범인을 추적하는 탐정 조, 범인을 의심하는 가족, 그리고 범인의 범행 행각이 교차적으로 그려지면서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탐정과의 두뇌 싸움이 아니기 때문에 좀 추리소설이라 하기 민망. 생각해보니 이런 식의 기준은 신본격의 것인 것 같은데. 하여튼 내 기준으로는 서스펜스다. 사실 읽을때는 전율하면서 재미있게 돌이켜보니 재밌게 읽었다는 것 외에는 크게 남는게 없어서 음. 추리 소설이란 게 순전히 지적 유희, 그러니까 재미만 있으면 그만인 장르이긴 하지만 매우 자극적인 소재를 매우 자극적으로 풀면서 어떤 알리바이도 세우지 않는 건 괜히 도덕률적으로 꺼려진다. 그리고 서술 트릭. 트릭의 궁극은 서술 트릭이라는게 이 시대의 분위기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