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디아블로3 오리지널 끝을 맞이하여

ins12 2014. 3. 24. 12:04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디아블로 3 오리지널도 오늘로 마지막이다. 그야말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은 게임이었으며 관심 집중도는 스타2보다 더했다고 생각하는데 덕택인지 낙폭도 더 컸다. 스타2는 어짜피 요새 대세 지난 RTS 장르니까 떨어지는게 당연했지만 핵 앤 슬래쉬 파밍게임인 디아3가 이렇게 관심권에서 벗어날 줄은 다들 예상치 못했을 것.

 디아블로 3에 대해서는 발매 즈음에 노멀 클리어하고 썼던 글이 있다. 시기가 지나다보니 조금씩 달라졌던 부분이 있다. 스킬의 다양성은 유저들이 점차 효율적인 트리를 찾아내면서 점점 사라져갔고, 디아2의 처절한 템 드랍률이 그대로 반영되면서 템은 오질나게 안나오는 와중에 각종 복사와 작업장으로 골드 가치는 하늘을 치솟으면서 경제는 망가져버렸다. 악마 사냥의 재미도, 파밍의 재미도 퇴색되니 게임이 흥미롭지 않아 지는건 당연지사. 여기에 캐릭터의 스킬 변경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 덕에 전작같이 컨셉 있는 캐릭터를 키우려면 다시 키워야 하는 재플레이 강요가 사라지면서 만렙 후 컨텐츠의 부재가 더욱 크게 다가왔다. 이것은 패치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로드가 너무 큰 문제들이었다.

 그래서 블리자드는 확장팩으로 상당한 변경을 꾀했다. 경매장을 삭제하고 경제 기능을 정지시키면서 완벽한 자급자족 체제를 만들고 대신에 드랍률을 대폭 상향시켜 주었다. 5막을 추가하면서 새로운 만렙 후 컨텐츠 모드로 모험 모드를 제공하였다.그리고 확장팩의 컨텐츠 중 일부를 미리 업데이트해 맛보기로 보여주었다. 특히 드랍률의 드라마틱한 상승이 강조되었다. 그리고 평가가 반전되기 시작했는데, 새로운 유저 불러오기보다 떠난 사람 되돌려오기가 더 어렵다는 점에서 확장팩의 첫 발은 매우 성공적으로 뗀 셈이다.

 잡설은 이 정도로 하고, 내가 근 1달간 플레이했던 이야기를 조금 해야겠다. 처음에는 첫캐인 부두술사로 시작했지만, 부두술사는 많이 했던 캐릭이라 마법사를 만지기 시작했고, 악마사냥꾼 정주행으로 끝냈다. 악마사냥꾼은 처음 1막 시작할 때는 달인이었는데 끝날 때는 고행2를 돌고 있더라. 개선된 아이템 드랍 덕분이다.

 마법사는 이 세팅 저 세팅 해 보면서 플레이했다. 가장 처음 한 것은 냉기였는데 눈보라와 운석 낙하의 조합이 비전력을 많이 빨아가긴 했지만 성능은 나름 만족스러웠다. 얼음 보주도 괜찮았고. 비전 법사로 파열을 쓰는 재미도 괜찮았다. 에네르기파 같았어. 그리고 번개인데, 한동안 비전 보주의 번개 룬을 쓰다보니 영 별로였고 운석 낙하는 얼음 운석 낙하의 성능을 보고 나니 맘에 안 들었었는데 힘의 파동을 쓰니까 이게 진국이었다. 물론 단거리전이 되서 부두술사처럼 탱커 쫄이나 체력 회복 수단 및 탈출기가 많은게 아닌 마법사 입장에서는 생명의 위협이 많이 느껴졌지만 일단 재밌으니 만족. 폴짝 폴짝 쿵쿵쿵!

 악마사냥꾼을 플레이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장난감은 눈보라포였다. 홈은 없지만 내가 들고 있던 구 경매장표 초뎀1000짜리 쇠뇌보다 강한 것은 물론이요, 2회 관통이라는 특수옵 덕에 이걸 어떻게 써먹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이것도 써보고 저것도 써보고. 마침 그 때 번개옵이 모여 있었기 때문에 더 이 세팅 저 세팅을 해 보았다. 결론적으로는 올가미와 투검, 그리고 칼날 부채 조합으로 결정. 투검이 정말 좋더라고.

 이렇게 이 세팅 저 세팅을 해 보게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새 패치를 칭찬하는 부분이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이건 스킬을 갈아 엎었기 때문에 최적화가 아직 덜 이뤄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다만, 거래가 불가능하기에 각자 나온 템 상황에서 최적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다양성은 더욱 증가할 수 있을 지도. 뭐, 내 생각에는 유저들이 끝없는 파밍으로 원하는 템을 뽑아 내려고 들 것 같지만. 전에 다른 글에서도 슬쩍 썼지만, 게임의 랜덤성은 코어 유저들 앞에서는 무의미하다. 왜냐면 그들은 끝없는 재플레이로 원하는 것을 뽑아 낼 것이므로.

 그렇게 디아를 잡고 악마사냥꾼이 모은 템들을 보니 어째 캐릭터 주변에 광역 독 공격을 가하는 "안다리엘의 형상", 적중 시 주변에 광역으로 데미지를 가하는 "임종의 어깨걸이"를 보니 이건 수도사에게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수도사를 시작했는데, 원래는 "산키스의 불타는 도끼"를 보고 처음에는 화염 속성으로 해 보려고 했는데 악사에서 넘어온 장비들이 전부 번개 계열이라 그냥 번개 셋으로 바꾸고 달렸다. 생각보다 정말 튼튼해서 고행2에서도 딜은 부족하지만 그냥 맞아주면서 말뚝딜로 승부할 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이게 다 산키스 도끼에 붙은 보호막 고유 옵 덕분인 것 같다. 붙어서 휘몰이와 안다리엘의 독구름, 여기에 간간히 터지는 칼날부채를 활용해서 다 맞아주면서 싸우는 게 꽤 재밌었다.

 확장팩을 사는 거야 당연하지만 발매 때 살 지를 고민하고 있었지만 예약 판매로 사버렸고 성전사의 배경 소설을 읽고 성전사 여캐를 키울 생각에 들뜨게 만들었으니 확장팩의 컨텐츠 일부를 미리 업데이트한 블리자드의 판매 전략은 대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과도한 기대로 시작했던 디아블로 3 오리지널은, 확장팩 직전에 이르러서야 그 기대에 걸맞는 게임이 되었다는 생각이다. 확장팩이 얼마나 유저들을 잡아놓을 수 있을지 기대해 보도록 하자. 일단 내 계획은 4월은 디아블로 3를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