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영웅전설 섬의 궤적 2

ins12 2014. 10. 9. 17:29

 일본 팔콤사의 궤적 10주년 기념작, <영웅전설 섬의 궤적 2>를 클리어. 플레이시간 67시간. 약간 서둘러서 했고 한글판이라 이전 궤적보다 진행에 시간이 덜 걸려서인지 플레이타임이 줄었다. 물론, 볼륨이 부실한 감도 있다. 후술하겠지만. 섬의 궤적이 희대의 클리프 행어로 끝나버려서 이번 작은 꽤 크게 주목을 받았었고 나도 크게 기대를 했는데.. 기대랑은 약간 어긋나버린 면이 있다. 후속작이니만큼 섬의 궤적의 내용은 스포일러로 간주하지 않고 쓰겠다.

 그래픽과 모션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 비타판의 프레임 드랍도 예상했던 바이고, 일렁이는 이펙트가 들어가지 않은 부분에서의 프레임 유지는 오히려 개선되었다고 생각한다. 모션은 대체로 좋아졌지만 뛰는 포즈는 여전히 좀 어색한 것 같고, 모델링은 나는 전작에서도 그렇게 나쁘다는 생각은 안 해서. 리샤의 모델링은 정말 훌륭하니까 필견. 그 옷이 야한 건 알았지만 3D캐에 입혀놓고 움직이니까 이런걸 입고 암살자를 한다는게 황당해지기까지 하네 그려. 연출도 전체적으로 개선되었고, 전작보다 나으니까 개인적으로는 만족한다. 하지만 폰트는 여전히 좀 작은 것 같다.

 모션, 로딩같은 큰 이슈부터 A-보이스 중 상자 안열리는 소소한 불편한점까지 확실히 개선이 되서 전작의 피드백을 충실히 받고 개선에 노력했다는 점이 드러난다. 그래서 첫인상은 굉장히 좋았다. 환전율도 도로 올라왔는데, 이건 팔콤의 DLC 정책의 변화와 관계가 있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전작에서는 도구도 DLC로 팔아보고 싶었던 모양이었지만 로딩 이슈로 DLC 계획이 완전히 동결되어버렸고, 이번 작에서는 복장 DLC만 내고 있다. 덕택에 돈은 많이 들어오는데 이번 작은 또 그만큼 돈이 많이 들어가서 전체적으로는 어떨지. 일단 나같은 경우에는 1회차 마지막에 장비 쿼츠 다 파니까 100만 미라 트로피를 딸 수 있을 정도는 되더라. 전작에서는 불가능했다.

 새로운 전투 시스템은 오버라이즈와 기신전의 변화를 들 수 있겠다. 오버라이즈는 턴을 당겨오고+제로아츠 효과를 준다는 점에서 아오의 버스트가 떠오르는데 보다 전략적으로 사용하기는 이쪽이 더 좋은 것 같다. 두개를 장전할 수 있으니까. 나같은 경우에는 큐리아를 버스트(링크 5포인트의)와 오버라이즈에 많이 의존해서 굉장히 편리했다. 이번 작은 적 데미지 하나하나가 매우 아프고 상태, 능력치 이상도 매섭게 들어오므로 오버라이즈는 매우 편리한 시스템이었다.

 전작에서 레벨과 운만이 좌우하던 기신전은 정식 시스템이 된 만큼 개선이 있었는데, 무엇보다도 EX아츠 덕에 버프 컨트롤을 해볼만해졌다는 게 좋은 개선. 하지만 궤적 전투 시스템의 재미는 턴을 밀고 당기면서 나오는 수싸움인데 이쪽은 여전히 없어서.. 괜찮아 다음작부터는 기신전 안 나올 테니까. ..안나오겠지?

 하지만 전작의 문제였던 플레이어블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참전인원은 플레이어블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면서 더욱 심해졌다. 플레이어블은 많고, 쿼츠, 장비는 부족하고, 참가 인원은 겨우 4명인데 그나마 한자리는 주인공 대접 해줘야 하니 아무래도 아쉽다. 그만큼 밀도가 차 있는 캐릭터들도 아니라는게 더 큰 문제다. 몇 명은 팬서비스라고 넘어가 줄 수 도 있겠지만.

 전투는 적이 회복을 하기 때문에 아군도 화력으로 밀어버려야 할 필요가 생겼고, 그래서 S크래프트나 고위 아츠 등 한방 한방이 무거운 공격의 비중이 보다 높아졌다.

 음악은 OST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메인 전투테마는 초반의 키보드가 너무 싸구려틱하게 느껴졌고 Don't defeated by friend SAV를 지겹도록 쓴 건 대실망이었다. 하지만 결사전 테마는 Fateful confrontation의 향기가 매우 짙게 풍기는 멋진 신곡이어서 좋았고 Blue Destination도 좋았고.. 뭐 작품 하나에서 취향 맞는 곡 서너개만 건져도 난 만족해.

 번역은 좀 왔다갔다 해서 검수가 잘 안됬다는 인상을 받았다. 심각한 오역은 없었던 것 같은데 고유명사 통일이 좀. 그 예로 전작에서 뻔히 푸른 불꽃의 태도라 했던 걸 아무일도 없었다는 양 창염의 태도로 써버린 점.

 뭐 이런 식의 기본기는 팔콤 게임이라면 그래픽 논외로 하면 대체로 준수하게 갖추는 부분이었고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은 스토리니까, 그 쪽이 문제로 주로 언급해야 할 부분이겠다. 그리고 내가 섬의 궤적 2에 좋은 평가를 주지 못하는 부분도 여기에 있는데, 무엇보다도 게임의 진행이 너무 늘어진다는 것.

 결론적으로, 섬의 궤적 2는 섬의 궤적을 마무리하는 작품이었고, 그 메세지 자체는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궤적의 SC로써는 여러모로 함량 미달이었다. 팔콤이 애초에 궤적의 SC로써 생각을 하지 않은 게 아니냐 싶을 정도로. 때문에 나는 섬1,2가 결합해서 하나의 작품이었다면 FC로써 역대 최고라는 평을 주저않고 내리겠다. 하지만 팔콤이 섬을 분할했고 내가 받은 것이 섬1과 섬2라는 쪼개진 조각인 이상, 섬1, 섬2 모두 그리 좋은 평을 줄 수가 없다. 지금 섬2가 안고 있는 늘어지는 게임플레이상의 문제가 정말로 분량 조절의 문제라 한다면, 팔콤의 섬 분할은 최악의 결과를 낳은 셈이다.

 하지만 이번 작을 통해 처음으로 단순히 그래서 다음은 어떻게 되는 건데? 가 아니라, 팔콤이 이 궤적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에 관심이 생겼다. 때문에 나는 여전히 팔콤팬으로 남을 것이고, 다음 작을 기대할 것이다. 팔콤이 섬에서 던진 화두에 대한 대답을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