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덕후

스트라이크 더 블러드

ins12 2015. 6. 8. 23:10

 요즘은 약간 밀린것도 같지만 00년대 후반 라노베의 대세였던 전기물, 그러니까 <어떤 마법의 금서목록>이나 <작안의 샤나> 같은 물건들은 의도적으로 잘 잡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무거운 물건을 하도 봤더니 좀 가볍게 즐길 물건도 봐야지 해서 예전같으면 거들떠도 안 볼 <데이트 어 라이브>니 <하이스쿨 DxD> 같은 걸 리스트 업.. <스트라이크 더 블러드>도 그 일환인데, 굳이 주옥같은 검증된 작품들이 아니라 스더블을 고른건 최근에 나온 물건에 분할도 아니고 그냥 2쿨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실은 다음팟에서 잠깐 봤는데 채색이 촌스럽다는 인상이어서 역시 라노베 원작은.. 이란 생각을 했지만 막상 보니까 뭐.

 사실 편견 그대로의 물건이다. 매 에피소드마다 여캐가 달라붙고 본처는 약속한 마냥 질투심을 내뿜고 주인공은 허접해 보이지만 사실 킹왕짱 센 사람이고 등등. 딱히 뭐 좋다 나쁘다를 평할 건 없고 그냥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취향과 리비도에 한껏 맞춘 그런 물건이지만.. 보다보니까 나름 재미는 있더라. 키메세리프가 반복되는게 촌스러워서 오히려 좋았어. 뭐 프리큐어도 계속 보고 있으니 이런 류의 오글오글에는 나름 적응이... 아마도.

 남주가 흡혈귀라는 설정은 월희 이후로 계속해서 흡혈귀 공주님만 본 것 같아서 조금 신선. 뱀파이어의 흡혈은 섹스를 의미한다, 는 공식을 증명이라도 하듯 흡혈씬이 꼬박꼬박 등장하는 게 특징. 한동안은 흡혈귀라 해도 피를 빨지 않는 '선한' 흡혈귀들이 유행이었으니까, 이런 것도 전통적이구만. 그리고 흡혈귀한테 물려도 흡혈귀가 되지 않는 건 좀 의외?

 투 톱 히로인인 유키나와 아사기는 나름 인기작의 히로인답게 괜찮은 조형이어서 귀여웠고 성우도 타네다 리사에 세토 아사미 씨여서 흥미롭게 들었다. 세토씨는 TARI TARI의 코나츠라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처음 만나서 그쪽으로 이미지가 굳어 있었는데 커리어를 보니 꽤 연기폭이 다양하다. <에스카와 로지의 아틀리에>의 윌벨과 <위치 크래프트 워크스>의 카가리가 들어봤다, 고 할만한 역인데 느낌이 다 다르네. 타네다 씨는 뭐 앞으로도 질리도록 들을 느낌이니..하하. 요즘은 하나카나가 좀 덜 나오는것도 같지?

 여튼 이 아니메는 큰 기대없이 머리비우려고 본 거고 매우 낮게 잡았던 기대치 이상으로 재미있게 봤다. 가끔은 불량식품도 맛이 있다, 고 계속 썼었는데 생각해보니 '가끔'은 이제 뺄 때도 된 것도 같다. 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