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덕후

길티 크라운

ins12 2015. 7. 9. 23:56

 <길티 크라운>, <혁명기 발브레이브>, <알드노아 제로>는 그 들려오는 고통에 찬 악평들 덕에 망한 메카닉물 3대장 비스무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뢰탐사 대작전 느낌으로 일단 <길티 크라운>을 잡았다. 재미는 있었는데 1쿨의 템포에 익숙해지니 2쿨이 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는 요즘이다. 다들 그렇게 인스턴트가 되는거야.

 GHQ에 의해 통제되는 일본에서, 신비한 여자를 만나 힘을 얻은 주인공이 압제자에 맞서는 비밀결사 장의사와 함께 일어나는 이야기, 라고 하면 <코드 기아스>랑 똑같은 시놉시스잖아! 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각본가도 같고, 푸시를 보면 제 2의 <코드기아스>를 크게 의식하면서 기획되었다는 인상. 메카의 움직임도 똑같고, 하레 사망씬은 셜리 사망씬과 극중의 위치가 유사했다.

 그런 야심찬 작품이어서인지 돈을 발라서 해결 가능한 부분은 훌륭하다. 작화, 음악, 성우.. 그리고 각본이 망치지. 야심찬 기획작의 흔한 망 패턴이다. 하지만 완전 엉망은 아니다고 생각한다. 최근의 문제작인 <러브라이브!>라거나 <함대 컬렉션>은 각본의 방향이 의문스러웠던 반면, <길티 크라운>은 그래도 각론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 분량 부족이 느껴진다, 는 보다 평범한 문제작이다.

 이야기 구조를 보면 슈가 장의사에 들어가기까지/슈가 장의사와 함께 활약함/슈가 격리된 도쿄 내에서 학교를 이끔/슈-이노리와 가이-마나의 격돌의 4파트로 나뉜다고 볼 수 있는데, 전개 과정에서 캐릭터간의 관계가 계속해서 변해가는데 이걸 설득력있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1, 2, 3까지는 목표가 명확해서 괜찮았는데 4에서 가이가 갑자기 나타나 적대하면서 ?!?!?!?가 붙어버린 통에 막판에 가이가 진실을 밝혔어도 so what이 되어버리고 이야기가 요상하게 느껴졌다. 분량을 들여서 캐릭터를 보다 섬세하게 묘사했으면 괜찮았을 것. 특히 쿠호인 가 캐릭터들은 깊이가 느껴지지 않아서 영.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파트 3에서 슈가 군림하는 부분. 처음엔 소꿉놀이도 아니고 이게 뭔가 했는데, 격리된 구역에서 학생들이 변해가는 <파리대왕>스러운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고 해도 <코드 기아스> 만큼은 아니어도 몰입감은 있는 작품이어서 R웹에서 까는만큼 희대의 망작까진 아니라 하겠지만, 기대에 배반한 작품은 원래 더 가혹한 법이지. 2쿨은 어쩔 수 없다 해도, 노이타미나가 아니라서 2화 내지 4화를 더 쓸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사실 22화면 2쿨작에서는 최종 결전을 위한 고조가 이뤄질 타이밍이지. 음.

 EGOIST의 노래는 좋았지만 나는 ryo의 곡은 다 비슷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조금은 미묘. 길티에 쓴 곡들에서도 supercell 2집 수록곡들이 언뜻언뜻 들렸다. 다작을 하는 인기 작곡가에게 배리에이션이 부족하다는 건 단점. 최근 ryo의 곡들은 들어보지 못했는데 개선이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