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가 아닌 문화물

살육에 이르는 병

ins12 2015. 8. 1. 01:30

 아비코 다케마루의 추리소설, <살육에 이르는 병>. 아니, 이것을 추리소설이라 불러야 할 것인가? 범인을 추적하는 탐정 조, 범인을 의심하는 가족, 그리고 범인의 범행 행각이 교차적으로 그려지면서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탐정과의 두뇌 싸움이 아니기 때문에 좀 추리소설이라 하기 민망. 생각해보니 이런 식의 기준은 신본격의 것인 것 같은데. 하여튼 내 기준으로는 서스펜스다.

  사실 읽을때는 전율하면서 재미있게 돌이켜보니 재밌게 읽었다는 것 외에는 크게 남는게 없어서 음. 추리 소설이란 게 순전히 지적 유희, 그러니까 재미만 있으면 그만인 장르이긴 하지만 매우 자극적인 소재를 매우 자극적으로 풀면서 어떤 알리바이도 세우지 않는 건 괜히 도덕률적으로 꺼려진다.

 그리고 서술 트릭. 트릭의 궁극은 서술 트릭이라는게 이 시대의 분위기였을까, 신본격에는 서술 트릭이 굉장히 많다. 아야츠지는 순수하게 서술 트릭에만 의존하지는 않아서 좀 나은데 <벚꽃 곁에서 그대를 그리워하네>나 이 작품이나 서술 트릭 뿐이어서 좀 그렇다. 양념으로 들어가는 건 좋지만 서술 트릭 자체가 주가 되면 트릭에 감탄하기보다는 낚였다는 느낌이 강해서 별로.

 남에게 권하기는 좀 그렇다. 흥미가 동했으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