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덕후

러브라이브! 스쿨 아이돌 무비

ins12 2015. 9. 6. 19:11

 '10년대 최고의 히트작이 되어가는 러브라이브 프로젝트. 그 히트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고 할 수 있는 러브라이브 애니메이션이지만, 그 평가는 항상 애매했던 것이 사실. 이번 극장판(이하 럽장판)도 들리는 평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여서 보러갈지 말지 고민을 했지만 결국 보러갔다. 럽장판의 관객수는 꽤 중요한 바로미터로 쓰일 거라 생각하기 때문.

 생각보다 애들이 굉장히 많이 와서 애들에게 보여줄 영화를 고르는 부모님들의 비애가 느껴졌다. 그분들도 영화보러 왔더니 다 큰 어른들이 한두명씩 종종 들어와서 놀랐을꺼야..아마도. 러브라이브를 알고 있는 듯한 꼬마 아가씨도 있었던 건 의외다.

 TVA에서 어느정도 정리된 이야기의 끝을 다루고, 난데없이 해외로 나간다는 점에서 <영화 케이온!>이 연상된다. <영화 케이온!>에 대해서는 "무난하지만 TVA를 이어붙인 것 같다"고 썼었는데, 나는 극장판은 하나의 기승전결을 목표로 이어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럽장판 또한 <영화 케이온!>과 비슷한 함정에 빠져있다. 미국에 가서 공연을 하는 부분과 후반의 라스트 라이브 부분이 기승전결 면에서 좀 따로 노는 느낌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미국 공연 파트가 굉장히 허술하기 때문이다. 뮤즈가 미국에 공연을 갔다. 갔는데, 분명 초청을 받아 간 공연에 초청의 상대방은 보이지 않는다. 고교생 9명이서는 감당하기 힘든 일들인데 도와주는 주변 인물들은 아무도 없다. 이야기도 얼기설기여서, 분명히 공연 장소를 물색하겠다고 돌아다닌 곳은 센트럴 파크였는데 정작 공연 영상은 타임 스퀘어이고, 그 공연이 나오는 타이밍은 정말로 뜬금없어서 공연을 하러 어디 방송국을 가긴 간건지 이게 공연인지 MV인지 의심스러울 지경. 아니 왜 거기서 갑자기 공연으로 연결이 되는거냐.. 모든 홍보가 뉴욕 공연 복장으로 이루어졌는데 왜 그 복장인지, 아니 하다못해 그 복장을 골랐다고 보여주긴 해야 할 거 아니야.

 귀국해서 벌어지는 후반부 이야기는 전반부에 비하면 나름 구성은 있지만, 이 부분의 문제는 동어반복이라는 것. 뮤즈를 접냐 마냐인데, 이미 TVA 2기에서 갖은 욕을 먹으면서 어떻게든 정리해둔 문제를 또 끄집어내서 고민시키니까. 그렇다고 진중하게 다룬 것도 아니고 자기들끼리 와와 하다가 그냥 끝이라니. 러브라이브에서 스쿨 아이돌이란 배경 설정에 불과한 것일터인데 굳이 이걸 갈등의 중심 소재로 뽑아내다보니 그래서 대체 스쿨 아이돌은 일반 아이돌과 뭐가 다르고 어떤게 매력이기 때문에 뮤즈가 집착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9명이 아니면 뮤즈가 아니야! 로 충분하지 않나. 

 그리고 분명 작품의 키 퍼슨이었을 호노카 닮은 아가씨는 연출을 뭔 호러쇼마냥 해놔서 대체 이게 뭔가 싶다. 평범한 도우미 캐릭터여도 아무런 문제 없었다구. 그리고 이 아가씨가 해준 조언이란게 참 선문답이어서 작중에 어떤 식으로 반영된건지 내가 보는 눈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라스트 라이브는 너무 사람이 많아서 뿜었다.... 20팀도 많다 싶었는데. 그리고 얘네는 대체 무슨 공연을 하고 싶었던거야? 스쿨 아이돌의 매력을 보여주겠다면서 단체 댄스라니 ㅁㄴㅇㄹ

 로, 딴지를 걸자면 정말 끝도 없지만 애초에 러브라이브! 애니메이션은 따지는 쪽이 지는 것 같은 물건이니까 대충 넘어..가긴 좀 그렇지만 억지로 덮고 좋았던 점을 꼽아보자. 미국 놀러가서 애들끼리 노는 씬은 정말 재미있었다. 호노카가 길 잃기 전만 해도 꽤 재미있는데?! 라고 생각했으니까. 1학년, 2학년, 3학년에게 한곡씩 배정된 뮤지컬 파트도 좋았다. 특히 린이 이끈 1학년 파트 뮤지컬은 린냥의 매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이 작품 베스트 씬. 나는 애니메이션이 이런 저런 타매체의 연출을 접목하려는 노력이 매우 적극적이라 생각해서 교고쿠 감독이 <GLEE>의 연출을 여러모로 참고했던 건 좋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게 플롯 표절까지 이르른건 용납하기 힘들지만. 그리고 엔딩곡이 좋아서 그것도 점수. 가사에 색 입힌 애니플러스의 센스에도 박수.

 럽장판을 끝으로 정말 뮤즈의 이야기는 끝낼 생각인 것 같다. 앞으로도 2~3년은 너끈히 해나갈 수 있는 컨텐츠를 이렇게 무리해서 끝낸다는 건 좀 이해가 안 된다. 아쿠아가 자리를 잡은 것도 아니고 이제 막 데뷔하려는 찰나에 뮤즈와 공존하는 건 안되나. 작곡진에 부담이 너무 크다는 생각일런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어쨌거나 보는 맛은 있고 팬이라면 뮤즈의 마지막 이야기라는 점 만으로 보지 않으면 안 될 물건이지만 제발 러브라이브 선샤인은 교고쿠&하나다 페어 말고 다른 스탭이 좀 더 평범하게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