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덕후

SHIROBAKO

ins12 2015. 9. 10. 00:13

 P.A.Works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안정된 작화와 즐거운 스토리로 즐거움을 줘 왔기 때문에 기대작으로 꼽지만, 시로바코는 조금 예외였다. 애니메이션 업계를 그린다는 컨셉이 썩 맘에 들지 않았다. 업계 미화물 아니야? 하는 것. 하지만 방영 후 모든 이들이 입을 모아 일관되게 우주명작! 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기에, 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이런 평가를 받는지 굉장히 기대하면서 BD 발매를 기다렸다. 그렇게 높게 유지했던 기대치를 가뿐히 능가해낸 시로바코는 실로 우주명작이 아닐 수 없다.

 고교시절 아니메 제작부에서 함께 활동한 다섯 여자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아니메 업계에 투신해 힘껏 일해가는 것이 이 작품의 플롯. 여기에 아니메 업계의 이런 저런 사정들이 코믹하면서도 진중하게 그려지고 있어서 한없이 깔깔대면서 웃다가도 메세지를 무겁게 받아들일 수 있다. 업계의 변화, 선후배의 이어짐, 꿈과 현실.. 그런 밸런스가 좋다. 부담없지만 가볍진 않다. 제작 의도대로 애니메이션 제작 현장을 가볍게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점도 좋고.

 다른 캐릭터들은 다 나름 커리어에 부침없이 이어지지만 유일하게 즈카짱만 고통받는데 특히 22화에서 깡맥주 까는 씬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안습 씬. 그리고 이 낙차를 23화에서 끌어올리는 솜씨에는 정말.. 역시 우주명작이다.

 미즈시마 츠토무 감독의 작품 중 본 건 <GIRLS UND PANZER>, <위치 크래프트 워크스>, <Another>정도. 특별히 가리는 장르는 없는 것 같지만 기복이 좀 있다고 느껴서 스태프 공개때 미묘하다, 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로바코>는 걸판에 견줄 정도로 견실한 전개를 선보여서 좋았다. 사실 가장 인상깊었던 건 사건이 꼬리를 물면서 일어나는 리듬감이었는데 이쪽은 P.A의 사장인 호리카와 씨가 <웨스트 윙> 풍으로 제안한 거라는 인터뷰가 있더라. 확실히 비슷한 느낌이다.

 위 인터뷰 링크의 블로그에는 시로바코에 관련된 인터뷰, 트리비아 등이 많아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호리카와 씨가 적극적으로 작품에 참여했다는 게 눈에 띄는데 지금까지 애니를 보면서 제작사 사장에 주목해 본 적은 없어서 특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