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가 아닌 문화물

괴물의 아이

ins12 2015. 11. 26. 17:51

 <늑대아이> 이후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은 필견 리스트에 올려뒀기 때문에 그 첫번째 타자인 <괴물의 아이>도 개봉 후 보러 간 것이다.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을 토에이 이후부터 보면 드라마/드라마+액션이 교차하는데, 그 드라마+액션인 <썸머 워즈>가 약간 평범했어서 이번 작도 불안했고, 거기에 소재나 시놉시스로는 내 취향이 아니라서, 걱정걱정하다가 일본에서 흥행이 잘 됐다길래 별 생각없이 갔다. <늑대아이> 후의 작품이 그 후광을 입는건 당연하니까 흥행이 오르는 것도 당연하겠지만.

 아웃사이더끼리 유사 가족을 만들어서 부둥켜 살아가고 치유받아 세상을 놀라게 한다는 시놉 보고 예측한 그대로의 흔한 전개가 들어가 있어서 좀 실망스러웠고,, 극이 좀 산만하다. 음, 어떤 의미로 시나리오가 배치되었는지는 대충 알겠고 '의미 없는' 장면도 드물다. 그런데도 산만하다. 너무 많은 것을 넣으려고 해서일까. 기본적으로 <늑대아이>와 대비되게 부성을 다루면서 여기에 공동체적 호의가 곁들여져 한 인물을 변화시키는 드라마적 요소가 있는데 여기에 주인공이 대항해서 변해야 할 '어둠'의 요소로 백경과 고래가 곁들여져서 그렇다면 클라이맥스는 고래와의 대결이다! 는 액션이 붙는다.

 글쎄, 이 두개를 담으려고 한 게 너무 큰 시도였을까, 메세지는 분명하고 좋은 이야기인데. 카에데가 렌에게 호감을 갖는 과정을 예로 들면 하나가 카레시에게 끌리는 부분을 섬세하게 그려냈던 <늑대아이>의 연출에 비해 설득력이 좀 부족했다. 시간을 좀 더 배분했다면 멋진 연출로 그려낼 수 있었을 테고 그럴 능력이 있는 감독이라 생각하기에 2시간이 너무 짧은 시간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좀 더 드라마만 강조해서 <늑대아이>의 댓구로만 만들었어도 충분히 좋은 평은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긴, 그래서는 또 역으로 식상했을지도 모르지만.

 주절주절 썼지만 잘 만들어지긴 했다. 지브리가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간 지금 재패니메이션의 선두주자인 호소다 마모루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고. 다만 <늑대아이>는 내 인생작의 반열에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 이상을 기대한 게 너무 큰 기대였을지도 모르겠다.

  'バケモノの子'라는 제목은 '괴물의 아이', 라고 번역했으면서 정작 안에서는 거의 '짐승' 이란 번역을 쓰고 있는데 "The Boy and The Beast"란 영제나 작중 바케모노들의 생김새를 보면 딱히 괴물이라기보다는 짐승이란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딱 한 컷 괴물이라고 쓴 부분이 있었는데 그부분은 괴물이 어울리는 부분이라서 신경썼다는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