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덕후

블랙 불릿

ins12 2015. 12. 9. 19:34

 1쿨 라노베 심야애니가 방영 목록을 뒤덮기 시작한 것도 근 10년이 되어 가는 것 같다. 라노베 원작의 문제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구성상에 주목한다면 첫째로 꼽는 건 단권완결이 기본이기에 애니메이션이 일종의 중편 연작처럼 되어버린다는 것, 둘째로는 단권완결이기 때문에 오히려 뻔뻔하게 중간에서 끊어버린 미완결 애니메이션이 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스킵이 너무 많아서 그나마도 원작을 오롯이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

 그래도 요즘 나오는 라노베 애니들은 적어도 마지막 문제에 대해서는 "메인 플롯만큼은 충실하게 가자" 는 쪽으로 정했는지 대량 1권 3~4화정도의 배분으로 나름 매끄럽게 이어가고 있어서 발전은 하고 있구나, 하고 느끼고 있었다. 왜 이런 이야기를 주절주절 했냐면, 이상의 흐름에서 볼 때 당연하게도 <블랙 불릿>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블랙 불릿>의 스토리 전개는 "출발 비디오여행"이란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각 권에서 보여줄 만한, 혹은 보여줘야 할 씬을 잘라다가 얼기설기 기운 전형적인 스킵스킵 애니. 그리고 이것이 수많은 장점을 희석시켜버린다. 설정이 흥미롭고 캐릭터가 매력적이면 뭐하냐, 극에 집중을 할 수가 없는데. 주마간산 전개가 이어지다보니 캐릭터가 처절하게 죽던 대립이 극한에 달하던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게 된다.

 담을 게 너무 많아서 벅차 보인다. 원작을 보지 못해 어느 정도까지 요약을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2권 분량을 좀 쳐내고 3~4권 분량에서도 몇 씬 쳐냈어야 하지 않았으려나. 물론 제일 좋은건 2쿨화겠지만. 1쿨에 담을 자신이 없으면 선택과 집중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집중을 못한건 큰 실패라고 생각한다.

 OP에 FripSide, ED에 야나기나기면 꽤나 힘 준 타이업인데 작품이 잘 못 뽑혔으니.. OP는 전형적인 FripSide 스타일이고 ED는 흔한 애니송 스타일인데 가젤양을 붙여서 잘 안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성우진은 키사라에 호리에 유이가 붙은게 의외. 처음 들었을때는 생각도 못했어서 누구지.. 했는데 이름을 알고 들으니 딱 홋쨩이라 웃었다. 의외라는 표현을 쓴 건 홋쨩이 이런 '밀어주는' 라노베 애니화에 주연급으로 붙었기 때문? 보통 이런 역은 새로 푸쉬되는 성우들이 잡는거라고 생각했다. 홋쨩 연기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대사 치는 스타일이 시그니쳐해서 몇 번 들어보면 금방 알아볼 수 있..이라기엔 못알아본 내가 할 소리는 아닌가.

 설정은 매력적인 부분이 있고 마지막의 결투씬은 이 애니에서 보기 드물게 절단면이 안 보이는 매끈한 씬인데다 키사라의 감정이 흘러넘쳐서 정말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노답 라노베 광고판에서 제약이 아쉬웠던 애니로 평가를 상향. 할 수 있잖아! 이렇게 했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