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스타크래프트2 : 공허의 유산

ins12 2016. 1. 25. 20:04


 3만 6천원짜리 캠페인 미션 팩, <스타크래프트2: 공허의 유산>을 클리어.보통 난이도. 역시 무난하지? <군단의 심장> 이나 <자유의 날개> 모두 캠페인만 깨고 조용히 라이브러리로 돌아갔기에, <공허의 유산>은 아예 할인할 때 (언제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돌아다니다가 네타의 위협을 너무 느껴서 결국 샀다. 사실 제 돈 주고 살거면 발매일에 사는게 제일 좋은데. 뭐 어쩔 수 없지.

 <공허의 유산>의 캠페인은 적어도 뛰어난 몰입감과 플레이의 재미를 준다. 그러나 감동의 물결 속에서 스탭롤을 보고 곱씹어보기 시작하면, 아무래도 영 아닌 요소들이 눈에 밟힌다. <공허의 유산>의 잘못도, <스타크래프트 2> 전체의 잘못도 있지만.

 일단 좋았던 점. <스타크래프트 2> 캠페인의 특징인 병력 업그레이드와 특수 퍽 해금은 이번에는 유닛 편성과 아둔의 창 업그레이드로 돌아왔다. 아둔의 창 업그레이드는 형태만 좀 다르지 <자유의 날개>의 연구와 별 차이는 없으니까 특별하진 않았다. 하지만 유닛 편성은 굉장히 흥미로웠고 재미있는 요소였다. 디아블로 3의 룬 시스템을 연상시키는데, 추적자 대신에 용기병을 쓸 수 있는게 참 좋았다. 동력기랑 쓰니까 좋더라고. 손도 덜 가고.

 함내에 <자유의 날개> 처럼 이런저런 배경이 있는 동료들이 많아서 케리건과 아이들이었던 <군단의 심장> 보다 덜 심심하고 좋았다. 그리고 나는 RTS를 못하는 손이라 케리건이 이런저런 잡기술 많이 쓰면서 해야했던 시나리오보다는 유닛들로 힘싸움하는 <공허의 유산>식 게임 양상이 더 편했고. 오토캐스팅이 모두를 구원하리라.

 그리고 음악이 너무 좋아서 게임하는 내내 몰입감이 좋았다. 사실 나는 스타1에서도 프로토스 음악을 좋아했다.

 스토리인데 음.. 사실 게임하는 동안에는 흐름을 타서 그런지 그냥 엔 타로 아둔! 하면서 게임하느라 그냥 그런갑다 하고 지나간 게 많았지만. 음. 오프닝 시네마틱에서 멋지게 나오는 아이어 탈환전에서 충공깽에 빠지고 - 나는 공유에서는 셀렌디스가 나올거라고 기대 만빵이었다! - 샤쿠라스를 날려버리질 않나 로하나는 시대의 흐름을 보지 못하는 자가 되어있고 ㅁㄴㅇㄹ 그런 와중에 정화자와 탈다림이 합류해서 연합된 프로토스로 아몬을 물리치고 아이어를 되찾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3종족이 연합하여 아몬을 처단하는 스토리를 내리 몰아 진행하다보니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극에 몰입할 수 있었다. 거기에 매 미션 끝날때마다 업적 따는 방법 고민해야지, 태양석 퍽에 유닛 선택해야지, 재밌는 요소가 많아서 플레이는 정말 즐거웠다.

 그런데 돌이켜보자, 별로 프로토스스럽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토스는 모두의 정신을 공유하고 발전된 선진 문물을 갖고 있으며, 모든 건물은 본거지에서 워프시켜오는 기술력을 지닌 종족이다. 나는 특히 이 정신 공유라는 부분이 프로토스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보는데, 이걸 초장부터 잘라버렸다. 그래, 설정상으로 자를 수야 있지. 그런데 정신 공유를 하던 종족의 의사 소통은 인간의 그것과는 다른 특색이 있어야 할텐데,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눈물을 마시는 새>를 보면 나가는 니름으로 통신하기에 말을 하는데 굉장한 어색함을 느낀다. 그런데 애초에 정신을 공유하기에, 통신이라는 게 불필요했던 프로토스가 이렇게 소통을 잘하다니?

 또 칼라를 끊는다는 대결단을 순식간에 모두가 납득하고 신경삭을 절단해야 아몬을 몰아낼 수 있다는건데 참 감동적인 연출이지만 외우주까지 퍼져있는 모든 프로토스들이 그 짧은 시간에 셀렌디스의 결단을 전달받고 잘라냈다는건 참 기적적인 극적 허용이로고.

 철저한 계급사회인 프로토스에 대한 묘사가 좀 부족하지 않았나. 뭐 이건 소설이니까, 로 해야하나.. 하지만 <자유의 날개> 만큼 다양한 등장인물이 등장할 수 있는 <공허의 유산>에서 엑스트라를 써서라도 할 수 있는 묘사가 없다는 건 좀 아쉽다.

 그리고 워프.. 이건 뭐 답이 없는 것 같다. 설정구멍.

 전체적으로 설정을 녹여내서 쓴 스토리라는건 알겠는데 와닿지가 않는다. 스토리를 전달하는 매체가 너무 모자란다. <자유의 날개>에서 UNN이 제공한 자치령에 대한 다양한 설정을 생각해 보라. 로하나가 계승자라는 설정을 잘만 이용했으면 프로토스에 대한 다양한 로어를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로어는 반드시 등장인물간의 대화를 통해서만 전달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워크래프트 3>마냥 애초에 미션과 미션이 연속되던 캠페인도 아니고, <자유의 날개>에서 한번 보여준 것도 되찾지 못했으니.

 아, 그리고 사실 거적데기 입고 있던 아르타니스가 주인공이라는 것도 썩 마음에는 들지 않는다. 브루드워때도 그렇고 대체 이놈의 매력은 뭔지 모르겠어.

 이건 <공허의 유산> 에 한정된 것이었고,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건 <스타크래프트 2> 의 캠페인 스토리 그 자체이다. <스타크래프트 1>은 코프룰루 전역을 놓고 테란, 저그, 프로토스가 벌인 사투였다. 세 종족간의 대전쟁이었다. 그런데 <스타크래프트 2>는 거악에 맞서 세 종족의 영웅들이 연합하는 스토리가 되었다. 영웅 뒤에 있던 세력은 사라지고 영웅만 남았다.. 고 할까. 스타2 캠페인이 최고지도자가 주인공이 되면서 플레이어는 여전히 전술적 단위의 움직임을 하는데 이걸 세력 대장이 하고 있으니 세력들이 전략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주인공의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다.

 이렇게 변한 게임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워크래프트 3>. 거기에 케리건과 레이너의 로맨스가 끼얹어지니 이 대전쟁, 말 그대로 수십억이 죽어나간 대전쟁이 두 년놈의 사랑놀음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참 그렇다. <창세기전 3 파트 2>가 나왔을 때 기존 창세기전 팬들 심정이 이런 거였구나 하고 깨달았다.

 그리고 여전히 캠페인과 스커미시는 전혀 다른 게임이라서 스커미시 할 엄두도 안난다. 적어도 스커미시에 나온 유닛은 설명을 해 줘야 할 거 아니냐.

 이걸로 한국에서 처음 공개되었던 "거래" 영상을 보면서 '드디어 올 것이 왔군!' 이라 생각했던, 근 10년동안 잡았던 한 게임 트릴로지가 끝났다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하다. 블리자드가 이 IP를 어떻게 이어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DLC 미션팩을 즐기면서 차분히 기다려 보도록 하자구.


 덤으로 퍽 선택이랑 유닛 이야기나 좀 하자. 어짜피 장단점은 잔뜩 쓰여있지만, 그래도 한마디 하고 싶다.

 먼저 유닛. 광전사는 칼라이랑 네라짐이 괜찮다. 칼라이는 거신이나 탈다림 불멸자 안나왔을 때 확실하게 저글링을 잡아줘서 괜찮고 네라짐은 좀 센 놈들 스턴을 똑똑하게 걸어줘서 좋음. 정화자는 태양석 퍽으로 치료되고 부활도 있긴 한데 글쎄, 벽 자체는 네라짐이 더 낫고 유지력은 어짜피 차관 있는 프로토스가 질럿에 비중줄 건 아닌 것 같고.

 추적자는 네라짐도 괜찮지만 역시 칼라이표 드라군이 쓰기 편하다. 일단 스킬이 없잖아. 느린 공속은 정화자 파수기로 커버하면 됨. 사도는 안썼다. 쓸 만한 일이 없던데.. 스커미쉬에서는 사기 유닛으로 알고 있는데 캠페인은 게릴라 하는 게 아니라서 별 필요가 없다.

 파수기는 3분파 다 괜찮은데 나는 정화자 파수기의 동력공급이 차관이랑 너무 잘 맞아서 좋더라. 탈다림 파수기도 성능은 괜찮은 것 같은데 AI 공격 우선순위가 위인 것 같더라고? 정화자 파수기가 너무 좋아서 칼라이 파수기는 찬밥 되버렸다.

 고위기사는 손 느린 나는 쓰기 힘들어서 잘 안썼고 마지막에 네라짐 다크아칸으로 마인드컨트롤하는 용도로 조금 뽑았다. 다크템플러는 이런 유닛 별로 안좋아해서 역시 안썼음.

 불멸자는 역시 좋은 유닛인데 칼라이거는 스커미쉬랑 비슷하니까 좋고 네라짐 것도 스킬이 쓰기 편해서 괜찮지만, 탈다림 불멸자의 화력이 눈이 휘둥그레해지는 것이라 탈다림 나온 후부터는 탈다림만.

 거신은 정화자 것이 원판이랑 비슷하게 강력해서 불만 없지만 칼라이가 리버를 들고 나오는 통해 몇 번 썼다.

 공중 유닛들은 공허포격기가 워낙 강력해서 나머지는 보조용으로 썼다. 공허포격기는 네라짐거가 좋다는 평인 것 같지만 나는 탈다림으로 광역을. 칼라이는 난데없이 아비터를 들고 나와서. 아비터+우주모함을 쓰라는 뜻이었나? 덕택에 불사조 계열은 네라짐 커세어로 웹셔틀로 썼다. 우주모함 계열은 우주모함에 힐 기능이 있다는 걸 몰라서 간지포풍 모선으로. 간지포풍!

 태양석 퍽은 좀 미묘미묘. 선택지가 다 조금씩 미묘한 부분이 있다. 나쁘진 않은데 쓰려니까 음? 하는 것. 첫 티어는 0, 50이 파일런 소환 (+병력), 25가 시간 증폭으로 컨셉이 갈리는데 나는 시간증폭이 낫다고 생각한다. 정화자 파수기를 썼기 때문이기도 하고, 초반 탐사정 채우는게 느린데 그거 확실히 메꿔주고. 2티어는 얌전히 태양의창 쓰자. 3티어가 가장 고민되는데, 방어 미션에는 과충전 연결체에 손이 가다가도 결국은 소환 조율이나 궤도 융화소를 고르게 된다. 나는 정화자 파수기 썼으니까 소환 조율이 확실히 이득이긴 했다. 하지만 방어 미션같이 굳이 소환 조율이 필요없는 미션에서 궤도 융화소 쓰면 이보다 좋을 수 없더라. 결론은 합류 제때제때 잘 시킬 수 있으면 궤도 융화소가 낫지 않을까. 반면 나같이 손 느리고 귀찮은 사람은 소환 조율로.

 4티어는 가장 고민되는데, 사실 제일 좋은건 피닉스가 맞는 것 같지만 이게 100이나 먹어서 넣기가 힘들다. 그래서 타운포탈(..) 찍었다. 보호막은 잘 쓰면 좋은데 잘 쓰기가 힘든 것 같다. 5티어는 재구축 광선이 확실히 유지력에 도움이 되고 생체 유닛이 잘 없는 프로토스 컨셉에도 맞아서 좋다. 100을 여기에 써서 피닉스를 못 찍은 거니까, 피닉스를 찍고 여기서 다른 거 찍는 것도 생각해 볼 만 하다. 6티어는 시간정지로 고정합시다. 업적 깨는데도 좋은 시간정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