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가 아닌 문화물

멧밥 묵고 가소

ins12 2016. 10. 21. 00:13

 별 기대 안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재밌게 봤다. 제목에서 예상했던 대로, 그리고 형님 등장씬에서부터 예상한 그대로의 갈등이 전개된 너무도 뻔한, 아니면 일상화된 갈등이 주제였다. 초반이 정말 웃기게 지나간 덕에 이 무거운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걱정스러웠는데, 굉장한 방법으로 해결했다. 직접 보시라. 나는 나름 충격받았다고. 이런 방법이 있었다니? 하는 식으로. 그리고 그정도 선에서 멈춰서 다행이라 생각한 게, 사실 왠만한 수단으론 설득력 있는 해결이 불가능할 정도로 골이 깊은 갈등이었을 뿐더러, 괜히 이상한 방법으로 신파로 흘렀으면 역시 한국 극작계는 코미디+뻔한 감동(7번방의 그것!) 밖에 못쓴다는 편견이 더 박혔을 것.

 제사를 누가 가져가느니 누구는 일을 안하느니 하는 건 한국 사회에서 가장 보편적인 가족 갈등일 것이고, 앞으로는 어떨까? 나는 조율이시 따져 놓는것보다 그냥 같이 맛있는거 먹고 가족을 생각하는 자리로 충분하다는 형수네 생각쪽에 더 기울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극을 보다보니 그래도 제사는 해야 한다는 동생이 더 옳은 말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형님네가 너무 앞가림을 못하는 쪽이라 의견에 무게가 부족했나. 아니면 실제로 그런 갈등이 있는 집 생각이 나서일지도.

 연극은 초등학교때 어린이 연극 보던 시절 이후로 처음이었다. 뮤지컬이야 몇 번 봤지만 소극장 연극은 되게 오랜만이었는데 무대와 가까운 만큼 느껴지는 에너지가 남달라서 연극을 좀 더 좋아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