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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사쿠라대전

ins12 2020. 1. 6. 00:45

공략 안보고 뵈지도 않는 브로마이드 쫓아다닐 때는 한참 걸리더니 공략 보고 이벤트만 쫓아가니까 장당 2시간정도면 되더라. 역산하면 총 플탐은 20시간이 못되려나. 

사쿠라대전 시리즈는 "격! 제국화격단"이랑 "깃발 아래"에서가 노래가 좋아서 이래저래 관심은 많았는데 죽은지 좀 된 시리즈라 접하기가 쉽지 않았다. 콘솔 한글판이 없는 것도 아니고 에뮬이 안 돌아가는 것도 아닌데 묘하게 손이 안가더라구? TVA와 OVA만으로는 스토리나 캐릭터를자세히 알기 힘들었고. 하지만 영감님들은 다들 좋아해서 이야기는 나오니까 뭐랄까, 겪어보지 못한 황금기의 상징? 그런 느낌이라, 하지만 히로이 오지가 구설에 휘말리면서 사실상 업계를 떠나고, 후지시마 코스케도 스캔들을 일으키면서 강판되었으니, 사쿠라대전이 다시 살아날 일은 없을 것 같았는데 세가가 이 시리즈를 다시 꺼냈다는건 굉장히 의외였다. 아무래도 아시아 시장을 생각하면 검증된 기존 IP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판단했던 모양.

하지만 사쿠라대전은 다이쇼 로망의 대표작이라, 극우화의 기색이 완연한 오늘날의 일본에서 그 미묘한 밸런스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서, 지금 사쿠라대전을 다시 만든다고 할 때 정말 큰 우려가 있었다. 거기에 공개된 일러스트는 '만신' 쿠보 타이토 선생님의 특색있는 디자인 덕에 미소녀 디자인의 캐논에 가까운 후지시마 씨의 미려한 일러스트가 자랑인 시리즈와 괴리감이 커지면서. 우려는 날로 커져만 간데다. 체험판에서는 전투가 개판이라는 선발대의 평가까지 이어지면서 나오기도 전에 망작 확정인가 했는데 정작 나오고 나니까 그냥 무난해서 다행.

게임은 어드벤쳐 파트를 죽 이어가다가 전투로 마무리하는 전대물 애니메이션식 구성. 어드벤처에서는 배경이 되는 제국극장을 돌아다니게 되는데, 섬궤 생각이 나기도 했는데, 장인정신 노가다로 세계를 구축하는 팔콤에 비하면 이 어드벤처는 그저 제극을 돌아다닐 수 있다! 외에는 딱히 의의는 없었다. 밀도가 낮아. 사실 브로마이드 수집이 없다면 굳이 돌아다닐 필요가 있나 싶었다. 서브 이벤트를 넘어서 NPC들도 좀 더 이것저것 넣는게 좋지 않았을지.브로마이드 모으기는 초반엔 좀 모으다가 아무 힌트도 없이 그냥 막 돌아다녀야 해서 김 새버리던 차에 2회차에서 위치 찍어준다고 해서 그냥 넘겼다. 전작 히로인은 여기서만 볼 수 있으니, 역시 후지시마가 미소녀는 잘 그려, 전두환 아들도 인증했지 뭐 그런 생각만 드는 것이다.

스토리는 총 8화인데, 히로인이 무려 5명 +@라는 점에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스토리에서 특이한 점은 메인이 사쿠라로 확고하고 나머지는 그저_서브_히로인이란 건데 요새 추세랑은 좀 다른 것 같다. 나야 사쿠라를 골랐으니 괜찮았지만, 막판 전개를 보면 사쿠라를 고르지 않았으면 좀 벙찐 전개가 되었을 것 같다.

설정에서 가장 맘에 안드는 건 화격단 대전이라는 것. 내 기억으로 화격단은 비밀조직이었던 것 같은데, 뭔 국제대회를 해서 벙쪘다. 갖고있던 이미지랑 다르고, 비장미도 별로 안 느껴져서 정말 마음에 안 든 설정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복식 외에는 다이쇼가 크게 안 느껴진다는 점. 연대로 따지면 아마 쇼와 초기정도라 좀 더 신식으로 잡은건지, 근데 이걸 기대한 건 아니었다구.

그래픽, 특히 모델링이 좀 별로였는데 "불쾌한 골짜기" 가 느껴지더라고. 안 그래도 만신이 눈을 크게 그리고 등신도 잘 안 맞추는데 그걸 그대로 모델링까지 했으니 원. 막상 한정판 원화집을 보니 쿠보가 잘 못 그렸다기보다는 모델링이 더 잘 못한 것 같더라. 이래저래 쿠보 선생님을 까긴 했지만 인터뷰 보면 의뢰 받고 열심히 일한 것은 인정할 수 있었어. 결과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렇지.

전투는 무쌍 방식인데 무쌍이랑 공격과 무쌍오의가 반대라는게 특이. 아니, 대체 왜 이렇게 한 거야. 카미야마의 성능이 좋아서 난이도가 어렵진 않고, 많이들 지적하듯이 타겟 록온이 있었으면 더 편했을 것. 합체기는 튜토리얼을 보긴 봤었나,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음악. 전작에서 가져온 음악도 있고 새로 작곡된 것도 있는 것 같은데, 제극이 격!제국화격단을 모티브로 한 곡을 쓰는데 아이캐치에도 쓰고, 수시로 나오고 해서 너무 돌려쓰는게 아닌가 싶었다. 새로운 격!제는 나쁘진 않았는데 애초에 나는 "깃발 아래에서"가 더 좋아.

음성은 되게 의외였던건데 풀 음성이 아니다. 아니, 풀음성이 아닌건 당연하긴 한데 메인스토리조차 풀이 아니다. 근데 그래픽 팀은 일을 열심히 했는지 모션을 굉장히 성실하게 달아놔서, '음성만 안 나오는 풀음성 이벤트 씬' 같이 느껴지더라구. 그러니까,, 무성영화면 무성영화, 유성영화면 유성영화에 맞는 연출이 있는거잖아? 근데 유성영화 연출을 했는데 음성이 없으니 정말정말 어색했다. 일을 열심히 해도 문제일세. 음성이 처음부터 안 들어가려고 했던 건 아닌 것 같고, 비용의 문제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게임 연출도 후반에 갈 수록 듬성듬성해지는 느낌이고 말이지. 생각보다 빡빡한 프로젝트 관리가 들어갔던 모양이다.

푸쉬에 비해 괜찮게 팔린건지 잘 모르겠지만, 판매량이 나쁘진 않았으니 후속작은 더 잘 나오길 기대해 본다. 캐릭터 디자인 교체를 희망하지만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