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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쇠 잠긴 남자

ins12 2020. 2. 6. 00:57

아리스가와의 작품은 항상 성실한 소설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글을 매끄럽게 써서 그런지, 시마다, 아야츠지 등과 달리 그로테스크함을 완전히 배제해서 그런지. 자극적인 살인 현장이 드물고, 캐릭터들에 생동감이 느껴진다. 결국, 글을 잘 쓴다는 이야기다. 그런 아리스가와의 작품이 전자책으로 나왔길래, 어짜피 최근은 알라딘이 중고 재판매를 단일가로 매기는 바람에 재미도 없어져서 전자책으로 바로 구매했다.

오사카의 한 호텔에서 수년간 살다가 목을 맨 채 발견된 남자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쫓으며 남자의 과거를 파헤치는 작품. 어느 정도 과거가 밝혀지면 트릭 풀기에 나설 줄 알았는데, 흔한 방 그림조차 없을 정도로 트릭에는 무심하다. 동기를 통해 범인을 찾아야 하는데, 언급이 있었다면 있었겠지만 그렇게 성실한 힌트를 줬다고 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트릭에는 무심한 반면 범인의 동기에서는 사회파의 냄새가 나기도 한다. 작중에도 시대상을 분명하게 언급하는 등을 보면, 나중에 작가의 이력을 정리하게 되면 이 소설은 본격이라기보다는 사회파로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아리스가와의 깔끔한 필력으로 쓴 담백한 일편. 본격을 기대했다면 실망하겠지만, 내가 아리스가와를 읽으면서 느끼는 재미는 오히려 추리 이외이기에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았다. 배경이 되는 나카노시마의 성실한 묘사가 돋보인다. 성지순례가 가능할 정도인데, 이것도 작가가 '최근 트렌드'에 맞추어 쓴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아리스와 히무라의 케미스트리는 여전하다.

이번 작은 엘릭시르에서 나왔는데, 다른 작가들도 그렇지만 전담 출판사가 없다는건 좀 아쉽다. 그러고보니 교고쿠는 왜 안나오는거야 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