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아버지 회사에서는 연말마다 지역 레스토랑 금액권을 선물로 주었다. 그때는 그런 가외수입이 꽤 많이 나오던 시대였다. 그래서 연말마다 레스토랑을 가서 칼질을 하는게 우리 가족의 연말맞이였다.
문수동 언덕 위에 있던 레스토랑을 가장 많이 갔던 것 같은데 상호나 위치가 기억이 나지 않고, 나중에는 교외에 있던 레스토랑도 한번 갔었던 것 같다. 하지만 왠지 기억에 남는 곳이 거북공원 옆에 있던 시티파크 레스토랑이다.
당시 여수와는 달리 여천에는 경양식 레스토랑같은 고급(?) 가게는 없었는데, 처음으로 시내에 생긴 것이 시티파크였고 거북공원 옆에 건물도 눈에 띄어서 나름 동네 화제였던 곳이었다. 연말에 아버지가 식사권을 받아오셔서 갔을때 어린 마음에 고급스러움에 놀랐던 기억. 스크린에 프로젝터로 지브리 영상을 띄워놓는 것도 여수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굉장히 오래 전이었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름 네이버를 해보니 2002년에 건물을 지었으니 그 즈음이었던 모양이다. 그럼 지브리 영상은 아마 센과 치히로였을까. 은은한 조명과 차려 입고 그릇을 쌓아서 서빙하는 웨이터들. 부모님 세대가 중국집 짜장면에서 추억을 느낀다면, 우리 세대는 경양식 레스토랑이 그런 화목한 가정의 기억을 담은 곳이 아니었을까.
이제는 페업해서 저 신경쓴 건물도 고깃집이 쓰고 있다. 네이버 지도가 10년치 전국 사진을 갖고 있어서 다행이다. 21세기의 추억이란 그런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