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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관람기

ins12 2012. 8. 8. 00:24

가야지 가야지 하고 1년 내내 미적거리던 국박! 드디어 갔다왔다.

10시에 들어가서 5시에 다 털고 나옴.. 후


우선 특별전인 터키문명전.

12000원인데 어짜피 같이 볼 생각이었으니 그냥 둘이 합쳐서 12000원이라 생각하고 들어가기로 했다. 전시품들은 볼 만 했는데, 뭔가 잘 엮어내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름 주제들에 맞춰 배열은 한 것 같은데, 그 주제조차도 이야기가 되는게 아니라 나열이 되었다는 느낌? 물론 아는만큼 보이는데 난 잘 모르니까 그런 면도 있고, 또 외국에서 전시품들을 가져오다보니 큐레이터 취향대로 편성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건 이해하지만,,


다음은 본관. 난 중앙박물관을 처음 가서, 나름 기대기대를 하고 갔는데, 조금 실망했다.

무엇보다도 1층에서 한국 역사를 쭉 리뷰하는 전시장들에 딱히 기억나는 유물이 별로 없었다는 점. 황남대총 금관이나 기마인물상이나 훌륭한 명품들인데 부각도 별로 없고 그냥 지나가는 유물1 정도의 느낌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적하고 싶은건 레플리카가 너무 많다는 점. 김이 새는건 물론이거니와, 국립중앙박물관 정도 되는 곳에 대체할 수준의 진품이 아니라 레플리카를 동원한다는건 조금 그렇다.

이건 공예관이 떨어져서 그런 것도 같은데, 사실 한국 유물에서 불교 공예품과 자기류를 빼놓으면 얼마나 많은 게 남겠는가. 책도 많긴 하지만 전시에 적합한 소재는 아니고. 근데 공예품은 별도 관으로 독립해 있으니 정작 고려-조선기 유물은 얼마 남지 않게 되어 버렸다. 

위 말을 역으로 돌리면, 공예관은 매우 좋았다는 것이기도 하다. 도자기를 재탕하고 갔어야 했어......... 물론 진짜 명품들은 여기보다는 미술관들에 퍼져 있는 편이지만, 반가사유상을 본것만 해도 만족.

거기에, 신안 보물선 하나 건져서 방 2개를 채워낸 위엄.. 오오. 중국, 베트남 자기들을 보면 내가 봐도 우리나라 자기랑 특출나게 구별이 되지 않는데 - 즉, 큰 범주 내의 작은 변주라 할 만 한 - 여기에 민족의 독자성을 더 강조시키는 쪽을 택해야 할지, 아니면 중국의 강력한 영향을 인정하는 쪽으로 나가야 할지 좀 복잡하다. 이래서 민족주의를 꺼리는 건데, 결국 민족주의란 게 외부로 향하면 내가 잘났네 놀이가 되니까.. 요즘 시대에 외부로 안 향할 수도 없고. 여튼 이웃나라 참 맘에 안든다.


그리고 네임태그에 한자어를 최대한 풀어서 순화한 표현들이 눈에 띄었다. 학술적인 관점에서야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박물관을 주로 찾는 고객층이 어린 아이 동반 가족관람객이라는 점, 기존 한자식 용어들은 난해하기가 암호에 가까웠다는 점, 대중 생활이 한글 전용으로 완전히 굳어지면서 기존 한자어 표현을 이해하는 계층도 줄어들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출때 이는 매우 바람직한 노력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 대안으로 국한문 혼용으로의 복귀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