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덕후

트루 티어즈

ins12 2012. 6. 7. 11:38

 에로게 원작+미소녀 고딩 연애물+1쿨... 내가 가장 꺼려하는 조합이다. 무릇 에로게라면 히로인 루트들이 있기 마련이고 당연 시나리오 재현에 있어서 루트배정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주인공은 난데없이 하렘이 되거나, 연애관계가 미적미적해 지거나, 혹은 당장 지난 화에 맺어진 히로인이 공기가 되는 현상이 나타나 극의 완성도가 극도로 낮아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가 높게 평가하는 연애물인 <그대가 바라는 영원> 애니판도 비슷한 조합이긴 하지만 이건 원작의 완성도 자체가 높은데다 시나리오 각색도 잘 해서 성공적인 재현을 해낸 예외적인 경우라고 생각한다. 여튼 그래서 저 조합 애니는 애초에 고려대상에서 빼는데, <트루 티어즈>를 넣은 것은 이게 <꽃피는 이로하>에서 꽤 인상깊게 본 P.A works의 작품이기 때문. 각본이 오카다 마리라는건 마지막회에 스탭롤보고 깨달았다. 그리고 사실 이 작품의 '원작'이 에로게도 아니고, 그나마도 애니와는 제목 외에는 무관계한 사실상의 오리지널 애니란 걸 안 것은 그 후였다.

 타이틀부터 3명의 히로인이 나오고, 그 와중에서 흔들흔들하는 주인공의 연애방담이 주인 것 같지만 한 명은 처음부터 짝사랑이었던데다 중반 이후 공기가 되버리고 사실상 두 명의 쟁탈전(?)인데 공기 히로인이 꽤 맘에 든 캐릭터라서 좀 안타까웠다. 마 소꿉친구 하나 없는 입장에서 무슨 말을 하겠냐만은...

 최후 5분까지 최후 승자가 정해지지 않는 대반전, 이라고 하던데 결말을 알고 봤으니까 좀. 근데 확실히 10화에서 끝난 줄 알았는데 13화까지 흔들흔들 할줄은 몰랐네. 실시간으로 봤으면 꽤 마음 졸였겠는걸.


 

음악은 자체의 퀄리티보다도 음악을 효과적으로 사용한다는걸 칭찬하고 싶다. 정적이 필요할때는 확실히 정적이 깔려준다. 작화는 애초 작화로 주목받은 작품답게 최상. 회상씬이 잦진 않지만 나오면 길게 쓰고, 가끔 정지컷으로 길게 가져가는건 제작비 절감을 위한 몸부림이 아닐까 싶다. 그림체가 평범하다는건 조금 아쉽지만, 채색이나 효과면에서는 나무랄 데 없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이건 작밀레야. 애니가 이렇게 작화가 좋을필요가 없다고! 애니에 수채화 그리지 마란말이다 작화팀 죽어난다ㅜㅜ

 <아노하나>, <이로하>, 그리고 이번 <트루 티어즈>를 볼 때 오카다 마리의 능력은 부정할 수 없다고 보는데 요즘 딴 애니에서 충격과 공포의 막장전개를 보여줘서 비난받는 모양이다. 얘기 들어보니 좀 전개가 이상하긴 하더라. 기복이 심한가? 하긴 엄청난 다작이긴 하더만은. 그래도 적어도 드라마장르에서는 각본가 이름보고 고를 만 하지 않을까 하는게 생각. 의외로 배덕한 설정을 녹여내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그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여튼 총평을 내리자면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잘 안팔렸다 그래서 좀 슬프네. 보니까 DVD 평균 2천장-에 나중에 BD 주문생산으로 2000장 팔았다는 것 같은데 BD야 3장짜리로 팔았으니까. 그래도 방영후 4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이름이 계속 오르내리는 작품이고, P.A Works의 이름도 확실히 알렸으니까 결과적으로 큰 손해는 아니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경영학자들은 전혀 그렇게 보지 않겠지만.


 트루 티어즈의 드라마 CD 대본을 Xian님의 블로그에서 구했다. 완전 자유이용이라니까 올려도 되겠지. 개인마다 다르지만 혹자는 자신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떠나는 경우가 있어서 어디어디 있다고 안심하다가 망하는 경우가 많아. 신상 누출 때문인지. 이 블로그는 글쎄, 조금 신경은 썼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