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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프로야구 총평

ins12 2013. 10. 6. 22:24

시즌 개막 2달쯤 후에 썼던 것과 비교하면서 보면 재밌을듯

1 삼성 75승 51패 2무

 지적했던 대로 여름성의 위용은 없었으며 조동찬, 김상수의 이탈 등 부상이 잦았다. 거기에 6월 한참 치고 올라갈 때 이승엽의 끝없는 부진으로 팀이 차이를 벌리지 못했고, 2연전에서 좋지 못한 성과를 거두면서 끝까지 힘든 레이스를 펼쳤다. 하지만 백업들이 적절한 때 좋은 활약을 해 준 것은 긍정적이었던 점. 끝내기 승리가 8회나 있었을 정도로 승리에 대한 집중력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전의 삼성은 애초에 끝내기 상황 이전에 이겼다는 점을 생각하면, 올해 삼성이 거둔 3연패는 왕조 최후의 불꽃이 될 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삼성의 가장 큰 문제는 투수진, 특히 선발투수진이 나이를 먹고 있다는 것. 이지영은, 그래도 김영진보다는 나은 포수다. 아직은.

2 LG 74승 54패

 LG의 올해 성적은 정말로 예상 외의 것이다. 전 우주의 기운이 모여 가능했다는 09KIA의 사건에 비견할 수 있지 않을까. LG의 타선은 찬스를 놓치지 않았으며, 투수진에 가세한 류제국은 주키치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워주며 LG에 큰 힘이 되었다. 특히 최종전, 가장 불리한 시점에 역전승을 거두며 2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올 시즌 LG의 힘을 보여준다. 노장이 많다는 불안요소는 휴식일이 많았던 올 시즌의 '비정상적' 운용으로 완벽하게 메워졌다. 여러모로 전력 이상의 대성과.

3 넥센 72승 54패 2무

 과거 이장석이 5년 내로 우승경쟁을 할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세간은 모두 이장석을 허황된 청사진으로 여론을 호도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13넥센은 분명 우승경쟁을 할 수 있는 팀이 되었다. 트레이드로 약점을 메웠고 전력만큼의 성적을 내 줄 줄 아는 염경엽 감독을 선임했다. 넥센으로써는 시즌 중반 당한 8연패가 너무도 뼈아플 것. 최종전까지 가장 2위에 유리한 위치에 있었음에도 최종전 바티스타에게 발목을 잡히며 3위에 머무른 것도 아쉬운 점. 리그를 지배하는 강타자로 성장한 박병호가 이끄는 넥센의 타선은 분명 위협적이다. 그러나 넥센의 투수진은 이장석이 팔았던 장원삼, 고원준의 빈자리를 채우기엔 아직 역부족. 야수진과 투수진이 언밸런스하다는 점에서 과거 삼성의 향기가 떠오른다. 그나마 클로저는 확실하다는 게 위안일까.

4 두산 71승 54패 3무

 두산의 야수진은 화수분에 걸맞았다. 하지만 올해의 문제는 투수진에서 발생. 작년 좋았던 노경은 이용찬, 그리고 에이스 니퍼트가 일찌감치 이탈하여 순위싸움을 이겨내질 못했다. 뒤늦게 시동을 걸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뒤. 김진욱이 두산의 전력을 성적으로 100% 전환시킬 능력이 있는 감독이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두산은 가을야구를 한다.

5 롯데 66승 58패 4무

 롯데는 결국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다. 사실 당연한 결과다. LG의 미라클한 성적을 제껴두고, 롯데가 넥센, 두산보다 전력이 우위에 있는지 장담하긴 어렵다. 생각보다 타선이 더 소총이었고 괜찮은 거포가 없다는 점은 올해 발견한 롯데의 문제점. 밉보였더라도 홍성흔이 있었다면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옥스프링이 걱정했던 것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고, 내년에는 장원준도 돌아오므로, 더욱 안정적인 투수진을 바탕으로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일단 올해 FA에서 거포를 영입할 수 있느냐가 관건.

6 SK 62승 63패 3무

 SK는 결국 5할 달성을 실패했다. '명가'로 인식되 온 SK이기에 이 성적은 추락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사실 SK의 전력이 4강은 당연한 것이었냐면 그건 아니었다고 본다. 믿음직한 클로저의 이탈은 단순한 투수 1명의 이탈 그 이상의 영역이다. 그런 면에서 이만수가 거둔 성적이 말도 안되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SK의 팬덤이 이만수를 보이콧하는 시점에 이만수 감독이 계약기간을 채울 수 있을지는 의문. 송은범 트레이드는 김상현은 못했지만 진해수의 분투로 오히려 약간 SK에 기운게 아닌가 싶다.

7 NC 52승 72패 4무

 올해 NC보다 못한 팀이 2팀이나 생길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팀들이 못한 것도 있지만, 생각보다 NC가 굉장히 잘했다. 더욱이 몇몇 패배는 선수를 키우기 위해 밀어보다가 무너진 경기들이어서, 성적을 위한 야구를 했다면 더 높은 곳에 있을 수 있었다는 점이 더욱 대단하다. 역시 김경문이 팀을 만드는 재주가 있다고 해야 할까. 무엇보다 키우기 힘든 선발에 이재학이란 보물이 나타난 점이 매우 좋다. 내년의 성적이 더욱 기대되는 팀.

8 KIA 51승 74패 3무

 결국 기아는 무너졌다. 송은범을 트레이드로 데려와 기아의 약점인 불펜을 메웠다고 기뻐했던 바로 그 시점이 기아 몰락의 시작이었던 것은 정말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기아의 몰락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결국 기아는 아직 팀의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것으로 귀결할 수 있을 것 같다. 2군이 약하고 재활시스템이 약하다. 김주찬, 양현종은 투타의 핵심이었지만 부상 회복이 덜 된 상황에서 무리해서 기용했다가 부상을 키우고 말았다. 여기에 이용규가 FA를 위해 부상을 안고 뛰는 바람에 팀에 계속적인 부담이 생긴 것도 문제. 앤서니 마무리는 대실패로 끝났고 소사는 로테이션을 채웠다는 데 위안을 삼아야 할 수준에 불과했다. 시즌 전에 강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마이너스로 나타난 시즌은 흔치 않고, 때문에 13기아가 11LG에 맞먹는 역대급 "내팀내"를 찍은 점도 있지만 선동열 또한 감독 능력에서 심각한 문제를 나타냈다. 결국 감독은 선수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코칭 스킬 보다, 선수들을 다독이고 동기를 부여하는 매니징 스킬이 필요한 것이다. 단언컨대 올해 최악의 감독을 뽑으라면 선동열이다. 무엇보다도 4강은 당연, 우승 경쟁권이라 지목됐던 팀의 신생팀보다 못한 성적은 어떠한 변명도 불가능하다. 시즌 후 기아는 '타이거즈 순혈 사단'으로 데려온 선동열의 코칭스탭을 경질했다. 과연 선동열은 뉴무등에서 타어강의 악령을 벗어던질 수 있을까? 이미 선동열은 김재박의 테크트리를 착실히 밟아가고 있다.

9 한화 42승 85패 1무

 한화에게는 시즌 초반의 13연패가 너무도 뼈아픈 결과가 되었다. 연패를 끊기 위해 무리한 투수운용을 해야만 했고 이것이 시즌 내내 부담이 되었다. 그런 면에서 김응룡의 승부수는 최악의 패착이었다. 하지만 한화의 미래가 반드시 부정적인가? 시즌 초반의 절망적인 상황에 비하면 시즌 후반에는 나름 갖춰진 모습을 보였다. 장성호를 팔아서 데려온 장성호급 루키 송창현이 눈에 띄는 실력을 보여줬다. 이상훈을 삼성에 내주고 데려온 길태곤이 송창현급 실력을 보이지 못하리란 보장은 또 어디 있는가? 문제는, 한화는 항상 시즌 초반에 망하고 시즌 후반에 희망을 보였다가 다음 시즌 초반에 또다시 망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명장' 김응룡의 2년차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