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나유타의 궤적

ins12 2013. 8. 26. 23:34

 일본팔콤사의 2012년 작품, <나유타의 궤적>을 클리어.

 '궤적' 타이틀이 붙었지만 기존 궤적 시리즈와는 연결이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발매 전부터 애매모호했는데, 결국 연관은 없었다. 끼워팔기라고 할까, 사실 팔콤이 상술 더럽기로는 손꼽기 때문에.

 플레이 시간은 약 40시간. 야리코미 요소도 이것 저것 넣어뒀고 해서 2회차도 해야 하므로 50시간은 무난할 것 같다.

 전체적으로 이스를 기둥으로 세워두고, 쯔바이의 스테이지 방식을 결합한 느낌. 파티 플레이가 들어간 이스7보다 이쪽이 더 이스6, 페르가나, 오리진의 직계같은 인상이 든다. 위 3작을 하다 보면 기믹이 반복된다는 인상이 드는데, 나유타는 기어 시리즈를 이용한 액션으로 이스 시리즈의 매너리즘을 어느정도 탈피했다고 생각한다. 보스전도 나유타의 다양한 액션을 노이의 아츠만 제외하고는 모두 잘 활용해야 풀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플레이하면서 매우 즐거웠다. 역시 팔콤다운 웰메이드 액션.

 일어가 왠지 잘 안읽혀서 대충대충 읽었는데 어찌됐든 스토리는 뭔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대충 읽었으니까) 후일담 엔딩을 보니까 뭔가 뭉클한게 올라오는게 재밌었다. 다만 스토리 전개의 작위성이라고 해야할까, 기하학적 배치라고 해야 할까,, 갇힌 요정을 풀어주고 기어를 모으고 보스를 잡는 패턴이 그대로 반복되는 전개가 4개 대륙에서 죽 이어지는건 좀 별로였다. 이스 7도 그랬는데 이건 고쳐야 한다고 생각. 셀세타는 좀 나아졌으려나.

 또 일러스트 하나 없이 3D 모델링된 캐릭터로만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아무래도 PSP의 성능에 팔콤 그래픽 수준이 그저 그런지라, 표정 묘사같은게 들어가는데 좀 슬프다는 점. 10년 전 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 차라리 일러스트를 써... 기껏 귀여운 일러스트들 잔뜩 그렸는데 게임 중에서는 정작 몇 장 쓰지도 않다니. <섬의 궤적>도 그래픽적인 문제로 실험작이 되는 거 아닐까 하는 걱정이 있다.

 그렇게 액션이 더럽지도 않고, 무엇보다 추락해도 즉사가 아니라는 점이 나같은 액션치에게는 한줄기 빛이 되어주는 것이다! 이것만으로 난이도 급감. 액션에 자신없는 유저라도 도전할 만 하다.

 아쉬운 점이라면 역시 아츠랑 요리인데, 아츠는 이것저것 종류도 많고 기믹도 충실한데 뭔가 작품 내 존재감이 조금 떨어진다. 보스전 패턴에서 빠져서 그런 것 같은데. 그렇다고 넣으면 난이도가 올라가니 꼭 넣으라는 건 아니지만, 볼륨있는 시스템인데도 존재감이 미약하다는건 아쉽다. 요리는 여러모로 편리하고 좋지만, 버프가 붙는 요리들의 실용성에 약간 의문이 든다. 버프 시간이 짧아서. 필드 돌면서 굳이 그 버프때문에 요리를 먹을 이유도 없어 보이고.

 그리고 작은 불만으로 노이 최종 장비 옷 디자인이 별로였다. 좀 더 얌전한 걸로 해 주지는.

 캐릭터 이야기를 하자면, 이 게임의 히로인은 역시 노이이며 노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건 마치 영웅전설5에서 히로인이 게르드인 것과 비슷한 그런 느낌이야. 스토리가 노이를 중심으로 돌거든! 대사도 노이가 가장 많고, 생긴것도 귀엽고, 끝까지 나유타와 함께해 주니, 나유타의 궤적의 존재 의의는 노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야노 아이씨의 CV도 좋았다.

 전체적인 테이스트가 궤적보다는 가가브 쪽에 닿아 있는 것 같아서 "요즘 팔콤"에 불만이 많은 영감님들에게 더 권해주고 싶은 작품. 팔콤 아직 죽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