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문명5 멋진 신세계

ins12 2013. 8. 13. 22:15

 문명 5가 나온지도 어느덧 3년 가까이 되었다. 처음 만난 문명 5는 전작의 좋았던 점은 다 내팽겨치고 너무도 '게임' 답게 만들어서 대 실망. 국가를 운영하는 게 아니라 '종족'을 플레이한다는 인상이 되었어. 테크트리 비스무리하게 변한 사회 정책이 가장 큰 점. 다음으로 나온 신과 왕 확장팩은 종교 개념을 집어넣긴 했는데 이놈의 종교란 게 그냥 문명 강화하는 제 2의 정책 정도밖에 안되서 역시 실망. 그래서 사실 새 확장팩이 나온다고 했을 때는 별 기대는 안했다. 하지만 어쨌든 나왔으니까 예의상 해봐야겠다 해서 했는데, 이게 정말 걸작이었다.

 기존 문명 5는 어떻게든 전쟁으로 귀결이 되는 시스템이었다. 약하면 약하다고 쳐들어오고, 강하면 강하다고 왕따가 된다. 상대들도 굉장히 호전적이었을 뿐더러 내정으로 가능한 승리는 사실상 과학 승리가 전부였고, 과학 승리를 위해서는 결국 기술 1위가 되야 하니까 강해져서 왕따가 되는 그런 시스템.

 이번 멋진 신세계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문화 시스템을 완전히 재 디자인했다. 문화 승리는 공격적 문화인 관광을 도입하여, 타국에 대한 문화 공격이 모든 타국의 문화력을 압도하면 승리하는 것으로 변경. 정책을 찍고 유토피아 프로젝트를 만든다는, 대체 이게 인류 역사랑 뭔 관계가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던 작위적인 승리 조건 보다 훨씬 합리적이다. 관광을 올리기 위해서는 위대한 작가, 화가, 음악가 등을 갈아서 예술 작품을 만들어야 하고, 이것을 '전시' 함으로써 자국 문화의 우수성을 전파한다. 루브르, 대영박물관, 에르미따쥬의 걸작들을 보러 전 세계인들이 몰려드는 오늘날의 현실과 매우 부합하지 않는가? 게다가 중립지역에 가서 유물 파오는 건 딱 19C의 대도굴 열풍을 보는듯한.. 아쉬운 건 탐험 완성해서 나오는 숨겨진 유적은 도굴이 가능하도록 했으면 좋았을텐데 그게 좀 아쉽다.

 또다른 중요한 변화는 바로 골드 수급 시스템인데, 교역로라는 걸 가시적으로 구현했다. 이건 조금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데, 전쟁을 벌이면 금 수입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데다 교역 유닛을 만들어야 금 수급이 되니까 생산에도 조금 지장이 있고 해서 전쟁 중시 문명에게는 명백한 너프 사항이 아닌가 한다.

 여러가지로 내정에 힘이 실어졌고, 또 내정에서 할 게 이것저것 늘었으며 도시 운영도 보다 유연성이 생겨서 꽤 즐거운 작품. BTS가 문명4를 완성시켰듯이 문명5는 BNW가 완성시켰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Vassal State가 결국 안나온 건 좀 아쉽지만. 아 그리고 도시 늘어날 때 과학 요구치 늘어나는 건 아무래도 비현실적인데 요구치 증가량을 조금 낮추는게 좋을 것 같다. 지금으로써는 내정 문명 할거면 원시티 내지 전통 4시티가 너무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