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가 아닌 문화물 48

부러진 용골

요네자와 호노부의 을 읽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이름을 안 건 역시나 덕이고 실제로 를 볼 생각이었는데 그냥 하나 뽑아서 읽었다. 뭔 수상작이더라고. 판타지 추리- 라고 해야겠다. 첫 페이지를 넘겼을 때 왠 중세 유럽이 나와서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일본인이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역사와 추리를 엮은 소설을 잘 쓸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않아서이다. 이 소설은 고증에 중점을 두지 않은 판타지라서 그건 다행이었지만, 추리 소설이라는 면에서 마술이 튀어나오는 건 또 문제다. '비현실적 수단'의 존재가 암시된 이상, '비현실적 대안'의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름 룰을 설명해서 추리를 설명하려고 노력을 했지만, 역시 룰이 깨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게다가 동기를 통해 범인을 찾아낼 ..

흑묘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 관 시리즈의 제 6작, 을 읽었다. 정말 빨리도 읽었네. 애초에 책을 음미하면서 읽는 스타일이 아닌데 추리소설은 끝이 궁금해서 더 빨리 읽다 보니까 말도 안되는 속도가 나온다. 이러고 나중에 다시 읽으면 책이 새롭다니까. 껄껄. 흑묘관이란 이름에서 처음 생각한 것은 역시 고양이가 지닌 오컬트적인 이미지. 그리고 에드거 앨런 포의 전설적인 단편 . 어느 정도 작가가 유도한 장치라고 생각한다. 읽다 보다가는 괜히 쿠로네코칸? 이라 모 사기안 캐릭터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다 읽고 난 후에는 역시 체셔 고양이를 의도한 느낌이다. 체셔 고양이가 까만 고양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과는 정 반대로 꽤 단정한 물건이다. 사건도 피비린내가 심한 사건은 아니고. 전작이 그 시계관이었으..

수차관의 살인

나름대로 관 시리즈 특별강화주간인 것인지 슥슥 읽어나가고 있다. 이번엔 수차관이다. 이걸로 남은 관 시리즈는 흑묘관, 그리고 발매되지 않은 깜짝관 뿐이다. 관 시리즈라는게 일본에 있다더라- 고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내가 이 시리즈를 다 읽게 될 날이 올거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는데. 은 작가가 으로 데뷔가 결정되고 바로 의뢰를 받아 쓴 작품이라고 후기에서 밝히고 있다. 그래서인지 원숙함과는 약간 거리가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아야츠지 유키토의 장기, '세계를 구축하고 무너뜨리는 능력'의 편린은 충분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1년에 단 한번만 외부인을 맞는 수차관에 거주하는, 가면을 쓰고 휠체어에 앉아 생활하는 괴인 후지누마 기이치와 미소녀 유리에.. 라는 설정 자체가 굉장히 고전적이고 비현실적이어서 독자를..

시계관의 살인

발매 순으로 관 시리즈의 다섯번째 작품인 을 읽었다. 발매 순서와 상관 없이 내키는 대로 읽다 보니 좀 왔다갔다 한다. 도서관에서 빌린 건데 생각보다 두꺼운 책이여서 놀랐다. 근데 관리가 영 꽝이다. 표지는 다 해지고 책장은 죄다 변색되고,, 시계관의 살인을 읽고 드디어 아야츠지 유키토의 진수를 만났구나! 하는 생각에 꽤 기뻤다. 내가 관 시리즈에서 만나리라 기대했던 것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추리소설과 호러 스릴러의 경계가 모호하던 다른 작품들에 비교하면 이 작품은 확실히 본격 추리소설에 속한다. 물론 관 시리즈 다운 면은 여전하지만. 굉장히 김전일스럽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대학 동호회들의 여행, 영매라는 초자연적인 떡밥, 의미를 모를 시(詩), 그리고 격리된 밀실 공간이라는 소재가 그러하다. 김전일이..

인형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도 이걸로 5작째. 추리소설의 스포일러에 대해서는 조금 민감한 편이고 인형관은 딱히 스포일러 없이 언급할만한 게 별로 없기도 해서 주요 내용은 다 가리기로 했다. 여러가지로 이색작. 작가 본인도, 책 말미의 해설도, 역자도 그렇게 언급하고 있어서 식상한 표현이지만, 그럼에도 이 표현을 꺼내들 수 밖에 없다. 정말로 이색작이기 때문에. 관 시리즈의 대표적인 특징 하면 1. 서술 트릭, 2. 장치 트릭 되시겠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특징은 바로 관. 나카무라 세이지가 만들어낸 관에서, 분위기에 짓눌린 화자의 장황한 헛소리들 사이에서 절묘한 미스리딩이 등장하고, 이것이 장치 트릭과 맞물려서 독자가 생각치도 못했던 반전을 가져온다. 이 작품의 가장 중..

고 ~히메들의 전국~

NHK의 2011년 대하 드라마, (江 ~姫たちの戦国~)을 보았다. NHK 대하 드라마의 위명은 옛날에 공명의 갈림길 할 때 즈음부터 들어 알고는 있었고 한번쯤 봐야겠다 싶었는데 길기도 길고 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보게 됨. 아자이 3자매는 예전 대하소설에는 챠챠, 타카, 타츠로 나왔던 것 같은데 뭐 위키도 그렇고 고라니까 고가 맞겠지. 원래는 를 보려고 했는데 를 고른 이유는 마침 노부나가의 야망과 전국무쌍이 나오려는 와중이라 전국시대쪽에 관심이 더 가서였다. 주인공이 주인공이다 보니 노부나가, 히데요시, 이에야스의 시대를 꽤 지근거리에서 다룰 것 같다는 점도 끌렸고. 그리고 전국시대를 대하소설이나 게임으로 접하다보니 실제로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표준적인 "전국시대"를 좀 보고 싶었던 면도 있다. ..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

서울에서 CGV에서는 개봉도 안 하고 3주차 때니까 다 내린 통에 보기 힘들어진 호빗을 목동 가서 보고 옴. 그 고생을 하면서 보고 왔는데 정작 작품은 맘에 안드니 안타깝다. 는 필요 없이 비장하고 필요 없이 진지하다. 톨킨의 호빗은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탐욕을 경계하고, 아무리 미약한 존재라도 큰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매우 교훈적인 동화다. 거악에 맞써 싸우는 용감한 전사들의 이야기가 결단코 아니란 말이다! 문제점을 찾자면 끝도 없지만 두 개만 쓰면 각색으로 집어넣은 타우리엘이 등장하는 모든 씬은 각본에 의미도 없을 뿐더러 연출도 최악이다. 택도 없이 오글거리기만 한다. 게다가 난쟁이와의 연애라니? 레골라스와 김리는 뭐가 되는거지? 거기에 왜 이 여자 왕의 풀을 쓸 수 있는거야? 저거 왕의 핏줄만 쓰..

기면관의 살인

은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의 9번째 작품으로, 현지에서도 2012년 발매된 최신작이다. 나는 관 시리즈를 많이 읽어본 건 아니다. 읽어본 건 십각관, 미로관, 암흑관으로 이번이 네 번째. 정작 평이 좋은 시계관은 안 읽어보고 변화구들만 보는 느낌이지만, 뭐 미로관도 평이 좋은 물건에 속한다는데 나는 좀 그저 그랬으니까. 신본격의 제창자로써 아야츠지의 소설은 매우 공정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미로관 읽고 기면관 보고 나니까 공정은 개뿔이었다. 애초에 공정한 물건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니 미로관도 좀 더 괜찮은 작품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전체적으로 꽤 만족스럽게 읽었다. 분량도 적절하고, 이야기도 나름 속도감있게 전개되고, 거기에 무엇보다도 제 2 화자인 니즈키 토코가 아야츠지 유키토 답지 ..

드루리 레인 최후의 사건

오랜만에 읽은 퀸의 작품.이걸로 XYZ에 최후의 사건까지, 드루리 레인이 나온 책은 모두 읽은 셈.이 작품은 클로즈드 서클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고서적이라는 배경 때문인지 추리 소설이라기보다는 스릴러 비슷하게 읽혔다. 내셔널 트레저? 다빈치 코드? 뭐 그런 식으로.그렇다고 퀸 답지 않게 불공정하다는 건 아니다. 실제로 공정한지는 잘 모르겠는데 앞뒤가 달라보이진 않았으니까. 사랑에 빠진 페이션스 양의 알콩달콩 러브 스토리를 보다가 씁쓸한 결말에 맞닥뜨리게 되는 이야기. 그나저나 드루리 레인은 활동력이 좋다고 해야 할까, 좀 그런 인상이 있다.Y의 비극의 결말도 그렇고 최후의 사건도 말이지.추리 스타일은 안락의자형 같은데 하는 행동은 전혀 안락의자가 아니올씨다.

미타라이 기요시의 인사

* 이하 스포일러 없습니다. 일본의 신본격 추리작가 시마다 소지의 단편집, 를 읽었다. 올해 초 나온 물건이던데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반값도 안되는 가격이길래 줏어옴. 싸게 사니까 좋긴 하지만 이래도 되나 하는 죄책감이 든다. 중고서점은 그렇게 거하게 차려놓고 해서는 안되는 업종이라는 생각. 일본에서는 87년에 나온 물건인 것 같다. 좋았던 시절이다. 시마다 소지의 작품은 , , 3작을 읽었었다. 은 말이 필요없는 끌라식의 반열에 들 작품이다. 무엇보다 그 트릭이 정말 대단하다. 작가 본인이 자부심을 가질 법 하다. 하지만 나머지 두 작은 약간 미묘했다는 느낌. 기울어진 저택은 제목에서도 암시하듯 그런 류의 트릭인데 현실성이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고, 마신유희는 한 마디로 말하면 졸작이라고 평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