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가 아닌 문화물 48

그래비티

- 21C 재난영화의 배경은 우주다! 는 아폴로13이 진즉 나옴 ㄳ - 기-승-전-결중 기가 없는 영화다. 하지만 두 명 나오는 영화에 기가 그렇게까지 필요한가 하는 생각도 든다. 뭐, 이렇게 뽑아냈다면 아무 불만도 말할 수 없겠지. - 어떠한 회상, 플래시백도 없이 효과적으로 캐릭터의 과거, 내면의 갈등을 현재의 사건에 엮어내는 뛰어난 각본. 간결미가 돋보인다. - 우주의 신비로움, 아름다움, 그리고 무서움을 정말 잘 그려냈다. 아바타 이후 최고의 비주얼 쇼크. - 한 마디로 우리 시대의 마스터피스. 이 정도면 감히 위대하다는 수식어를 붙여도 무방할 것이다.

바람이 분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를 보고 왔다. 공개 전부터 그 시놉시스만으로 엄청난 악평을 쏟아붓게 만든 작품이고 심지어는 이 작품을 봤다는 것 만으로도 친일파라고 주장하는 양반도 있던데 그런 과격한 반응은 어떠한 것도 남기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싶다. 는 꿈을 향해 전진하는 공돌이의 반평생을 보여준다. 공돌이는 그 과정에서 좌절을 하고,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며, 헤어질 것을 알면서도 사랑을 이루지만 그럼에도 그는 꿈을 위해 그 사랑조차 뒷전에 둔다. 그야말로 착실한 공돌이 성공담. 사실 공학적 성취란 대부분 군에서 이뤄진 것이며, 때문에 그 공학적 성취를 아름답게 그리는 것은 곧 전쟁 미화와 맞물린다. 저 폰 노이만도, 스컹크 워크스도, 전쟁병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이들의 인생은 영웅..

설국열차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를 보고 왔다. 처음 이 프로젝트의 이야기가 나올 때, 그러니까 아마도 08~09년 쯔음에 씨네21에서 설국열차란 제목을 보고 바로 떠오른 건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이어서, '스칼렛' 같이 후대가 덧붙인 시퀄같은 영화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과물이 좀 조잡하지 않으려나 이 프로젝트에 대해 걱정을 했는데 전혀 관계 없는, 다른 원작이 있는 영화였다. 정작 그 원작과도 모티브만 같지 별 관계는 없다고 하고. 그러니 독립적인 오리지널 영화로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현실에 대한 우화같은 영화를 기대했고 실제로 직설적인 비유와 메세지로 가득 찬 영화여서 그 점이 만족스러웠다. 작 내의 설명도 친절할 뿐더러 봉감독이 인터뷰에서 설명도 다 해 줘서 다른 글들을 많이 찾아보진..

퍼시픽 림

이걸 왜 안썼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개봉 첫주차인가 둘째주차인가 용산 IMAX로 보고옴. 덕후들이 좋아할 영화라던데 따지면 전대물이나 괴수물같은 특촬 덕후 쪽 취향이 아닐까? 로봇물이라면 예전 용자물 계통? 그쪽 취향은 아니어서 별로 와와 그러진 않았다. 사실 난 에바의 실사판 같은 액션을 기대하고 간건데 그쪽보다는 꽤 육중한 액션이 중심이었고 그런 면은 확실히 볼 만 했다만 문제는 이야기가 너무 엉성하다. 기껏 간지포풍으로 나온 다른 예거들은 그야말로 야라레메카. 굳이 2명 태워서 기억 공유까지 시켰는데 뭔가 그게 이야기의 핵심 갈등이 되지도 못한다. 아니, 따지면 갈등이 되긴 하지. 근데 부각이 안돼. 클리셰를 부착한 진부한 이야기는 영상이 중심이니까 괜찮다는 주장도 있던데, 이 영화는 클리셰를 제대..

<Another>, 아야츠지 유키토

카테고리를 덕후물/비덕후물로 나누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좀 난감하긴 한데 일단 비덕후물 쪽으로 넣었다. 중학생이 주인공이라고 꼭 덕후물로 볼 이유는 없지. 아니메화가 아니었다면 덕후물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테니까. 아니메 때문에 내용은 거의 알고 있는 부분이었지만 그럼에도 쉴 새 없이 읽어내려갔다. 확실히 흡입력 있는 좋은 작품이다. 아니메도 나름의 맛은 있다고 보지만, 정돈된 면은 역시 소설 쪽이 좋다. 추리 소설을 쓰는 작가 답게 이런 저런 딴지 걸릴만한 요소에 대해 나름대로 설명을 하는 것도 괜찮다. 그렇다고 작위적인 설정이 아닌건 아니지만, 아 그러세요 하고 너그러이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노력을 해 준다는 것. 이런 부분에서 설정 덕후들은 딴지를 걸면서 오류라고 찝고 넘어가려는 경향이 있는데..

시간을 달리는 소녀

06년 작이니 벌써 7년이나 된 작품이다. 개봉했을 때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지금까지 밀렸네. 보게된 계기는 당연히도 늑대아이를 봤기 때문에. 청춘의 싱긋한 느낌이 여름이라는 극 중 배경과 맞물려 물씬 느껴지는 그야말로 상쾌한 아니메였다. 갑자기 다가온 두근거림에 어쩔 쭐 몰라하는 거야말로 청춘이 아니겠나. 평온한 일상에 찾아든 비일상, 그럼에도 너무도 평범한 일상과 같은 전개와 연출이 인상적. 이동진 평론가의 작품평에서 말하듯, "타임 리프라는 비현실적 설정을 '그 나이 또래에서는 자주 그런다'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뻔뻔한 대사로 순식간에 아무것도 아닌 양 현실로 편입시키는", 그리고는 현실적이기 그지 없는 이야기를 그리는 솜씨가 대단하다. 호소다 마모루의 장기라고 해야 할 것..

늑대아이

를 보았다. 작년 가을쯤이었나, 호소다 마모루의 신작이라고 해서 체크.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은 밖에 본 게 없었고, 는 너무 잘 흘러가는 스토리여서 조금 아쉬웠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는 걸작이다. 이 아니메는 마법같은 사랑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헌신적인 어머니의 육아기이도 하고, 정체성을 찾아 방황하는 소년 소녀들의 성장물이기도 하다. 감동적인 스토리가 너무도 아름다운 그림, 매력적인 연출과 함께 펼쳐진다. 스토리, 그림, 연출이 모두 훌륭하다. 더 이상 무슨 멘트가 필요할까. 호평은 이동진씨의 평론(#)으로 갈음하고, 한 가지 커멘트만 더. 여러 모로 뛰어나지만 단 하나 아쉬웠던 점은 유키에 대한 세밀한 묘사에 비해 아메에 대한 묘사는 조금 부족했다는 점이다. 유키는 어린 시절, 소학교 초년 시절, 그리..

미로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소설은 이걸로 4번째. 십각관은 볼만했고, 키리고에 저택도 괜찮았고, 암흑관은 절망적이었고, 이번엔 미로관. 스포일러를 빼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으니 이하는 가려둠. 전반적으로는 글쎄.. 쪽에 가깝다고 해 두자. 미로관이란 제목에서 처음 떠오르는 것은? 십각관은 꽤 예전에 본 책이라 가물가물하지만, 내 기억으로는 여기서도 관의 형태는 꽤 중요한 트릭의 소재가 되었었다. 당연히 미로관도 그렇겠지.. 하고 시작. 첫머리에 관 내부 지도가 나오면서 그 의혹은 확신으로. 처음 나온 미로관의 지도를 보고 생각한 포인트는 두 가지. 첫째, 미로를 이용한 방 교체 트릭이 아마 있을 것이다. 둘째, 방 이름은 괜히 붙은 것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건 아야츠지의 스타일을 보고 생각한거지만, 서술트릭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프랜차이즈는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이제는 조금 식상해 진 것도 같지만, 스파이더맨은 "세계의 수호자 미국"을 홍보하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비판할 때 벗어날 수 없는 한 씬이 있었다. 뭐 꼭 그것 때문은 아니고, 를 우야무야 안 본 것, 우째 커스틴 던스트가 안이쁘게 나왔던 것, 그리고 엑스맨에 비해 너무도 빈약한 영화라는 점. 그래서 이번 리부트도 볼까 말까 했다. 최소한의 시간적 여유도 없이 리부트를 남발하는 마블과 DC가 맘에 안들었기도 하고. 그래도 본 이유는 단 한가지,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났기 때문이다. 길게 쓸 엄두는 안나고 몇 가지 코멘트만. - 하수구에 거미집을 지은 스파이더맨. 거미는 거미집을 지어야 제맛이지. - 인상깊었던 씬은 역시 스파이더맨이 오스코프 타워로 ..

달리의 고치

달리의 고치저자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출판사북홀릭 | 2012-01-10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고치 안에서 벌어진 기묘한 살해 사건!‘일본의 엘러리 퀸’이라 ... 이 블로그에 써 뒀는지 아닌지 잊었는데, 내가 아리스가와를 좋아하는 작가로 꼽게 된 것은 을 읽고 나서부터였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읽는 듯한 트릭의 단순명료함, 그리고 뻔히 보이는 범인 탓에 - 간단한 소거법 만으로 순식간에 정리되니까 - 본격추리소설로서는 조금 부족하다고 느낄 지 모르겠다. 내가 을 좋아하는 것은 아리스와 마리아, 두 사람의 청춘이 남국의 섬에서 너무도 싱그럽게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너무도 풋풋하고 맑은, 수채화같은 소설이었다고 할까..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던게지. 그러니까, 난 을 청춘소설로 읽었던 게다. 에서도 적었..